'5억팔' 서동환, 뒤늦게 틔운 싹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5.31 21: 46

고교 시절 그는 150km 이상의 광속구를 거뜬히 던지던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2차지명 전체 1순위 후보로도 꼽혔던 그의 과거.
 
그러나 제구 불안과 팔꿈치 부상과 두 번의 수술 속 그는 6년을 어둠 속에서 지냈다. 2005년 2차 지명 전체 2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던 우완 서동환(25)의 이야기다.

 
서동환은 31일 문학 SK전서 5이닝 동안 70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2개) 1실점으로 호투, 시즌 첫 등판서 첫 승(5-1 승)을 거두는 동시에 2005년 데뷔 이후 첫 선발승을 거뒀다. 팔꿈치 수술 2회에 임의탈퇴까지 거쳤던 계약금 5억원(팀 내 3위) 유망주가 뒤늦게 싹을 틔운 것.
 
이는 개인에게 지난 2006년 4월 16일 잠실 삼성전 이후 1787일 만의 승리. 또한 서동환은 이날 승리로 데뷔 6년 만에 첫 선발승을 거뒀다. 음주 교통사고 후 임의탈퇴 처리된 김명제(계약금 6억)와 함께 11억 신인 듀오로 불렸던 서동환이 뒤늦게 기대치에 걸맞는 모습을 보인 경기다.
 
경남고 2학년 시절 신일고로 전학간 뒤 최고 150km 이상의 직구를 구사하던 서동환은 신인 지명 전 전체 1순위 조정훈(롯데, 공익근무 중) 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다. 두산 또한 2순위로 서동환을 꼽은 뒤 계약금 5억원을 안겼다. 당시 병풍 파동 직격탄을 맞았던 두산은 김명제를 선발로, 서동환을 마무리로 기용하는 책략을 놓기도 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동기생 김명제가 첫 해 7승을 거두는 동시에 포스트시즌 선발승까지 거둔 반면 서동환은 첫 경기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그는 2006년 1승 만을 기록한 채 서서히 잊혀졌다.
설상가상 2008년 8월 9일에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임의탈퇴 공시되었다. 이듬해 8월 14일 임의탈퇴 신분에서 해제되었으나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 속 그는 일본 전지훈련에서도 제외된 채 다음을 기약했다. 지난 시즌 후에는 허리 통증으로 인해 또 한 번 불운에 울었다.
 
그러나 31일은 달랐다. 서동환은 이날 최고 144km로 평소보다 느린 스피드를 보여줬으나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를 적절히 섞으며 SK 타자들의 방망이를 묶었다. 3회 박진만에게 내준 솔로포가 그의 유일한 실점이었다.
 
특히 마운드에서 여유있는 표정을 보인 것은 두산이 발견한 더 큰 수확이었다. 그동안 서동환은 2군 경기서도 마운드에서 생각지 못한 곳으로 공이 갔을 때 누가봐도 의기소침한 표정을 자주 지으며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로 서동환은 자신이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음을 알렸다.
 
"임의탈퇴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어요. 잠시 야구와 떨어져있으면서 영어도 배우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구요. 그러면서 내게 얼마나 야구가 소중했는지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일 수도 있는 기회. 절대 놓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경기력으로 보여줬다.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