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포수였던 조범현(51, KIA) 감독이 '에이스' 아퀼리노 로페즈(36, KIA)의 기살리기에 나섰다가 손가락 통증에 연신 손을 털어냈다.
조 감독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전에 앞서 3루측 불펜 투구 연습장에서 로페즈의 불펜 투구를 지켜보기 위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에는 로페즈 뒤에서 지켜보는 듯 했던 조 감독은 불펜 포수의 글러브를 빼앗아 직접 공을 받으려고 했다.
그러자 로페즈는 "감독님. 위험합니다"라며 가볍게 웃자 조 감독도 이에 뒤지지 않고 "괜찮다"며 로페즈에게 공을 던지라는 사인을 냈다.

처음에는 천천히 공을 던지던 로페즈는 뒤에서 통역이 "감독님 현역 때 포수 출신이었다"고 말하자 웃음을 머금고는 조금씩 세게 던지기 시작했다.
조 감독과 로페즈는 10개 넘게 공을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로페즈도 조 감독이 자신의 공을 가볍게 잡아내자 흥미롭다는 듯 둘은 계속해서 캐치볼을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로페즈가 20개 가까이 던지면서 갑자기 싱킹 패스트볼 또는 투심 패스트볼성 공을 힘있게 뿌렸다. 두 구종의 특징은 홈플레이트 근처를 지나면서 우타자 몸쪽으로 살짝 휘감기며 떨어지는 궤적이다. 조 감독은 엉겁결에 글러브를 갔다 댔고 공을 잡는데 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공을 잡은 조 감독은 감자기 왼손을 글러브에서 빼내며 손을 털기 시작했다. 싱킹성 볼에 엄지 손가락 밑 부분에 통증이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조 감독의 행동에 로페즈는 연신 웃은 뒤 "괜찮냐"고 말하자 조 감독은 "아파서 더 이상 못 받겠다"며 로페즈쪽으로 걸어왔다. 조 감독은 로페즈가 불펜 피칭을 하는 동안 뒤에서 끝까지 지켜보며 에이스 기살리기에 열중했다.
로페즈와 조범현 감독 사이에 많은 말은 오가지 않았다. 그러나 가벼운 캐치볼로 서로는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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