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4번타자답다.
삼성 외야수 최형우(28)가 진화하고 있다. 최형우는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4회 선제 결승솔로포를 작렬시키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최형우는 화려한 5월의 대미를 장식했다. 5월 초만 해도 "최형우가 조금 더 잘해줘야 한다"고 강조한 류중일 감독도 이제는 "감독에게 만족이라는 게 없지 않나"라면서도 만면에 피는 웃음꽃을 감추지 못했다. 최형우를 진짜 4번타자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형우의 5월은 화려했다. 4월 23경기에서 타율 2할7푼3리 3홈런 14타점으로 방망이를 예열했던 최형우는 5월 24경기에서 타율 3할6리 9홈런 19타점을 휘몰아쳤다. 특히 9개의 홈런은 롯데 이대호와 함께 5월 최다홈런이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홈런 경쟁을 펼치며 5월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최형우는 "20~30개 친 것도 아니지 않나. 아직 홈런 경쟁을 말하기는 이르다.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5월의 최형우가 돋보였던 것은 팀을 이끄는 4번타자로서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5월 최형우가 터뜨린 9개 홈런 중 무려 4개가 결승 홈런이었다. 3점차 이내에서 터진 것도 7개. 그야말로 영양가 만점 아치들이었다. 결승타도 5개나 기록하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좀처럼 홈런이 터지지 않아 고민이 많은 류중일 감독은 "그래도 최형우가 꾸준하게 뻥뻥 쳐주고 있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류 감독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홈런포들이었다.
최형우는 뜨거웠던 5월에 대해 "만족한다. 원래부터 5월에는 잘했다"며 "이제는 6월에 집중해야 한다. 6월에 얼마나 더 집중하고 연구하느냐가 나에게는 또 다른 과제"라면서 스스로에게 숙제를 부여했다. 지난해 5월 23경기에서 최형우는 타율 2할8푼1리 8홈런 29타점으로 활약했으나 6월에는 24경기에서 타율 2할5푼 1홈런 6타점으로 곤두박질친 바 있다. 지난해 실패를 결코 답습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냉철한 경계를 읽을 수 있다.
최형우는 "올해 목표는 변함없이 40홈런 100타점으로 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자고로 삼성의 4번타자라면 그 정도 목표는 세워야 한다. 물론 쉬운 과제는 아니다. 40홈런 100타점은 지난해 롯데 이대호(44홈런·130타점)가 기록하기 전까지 6년간 나오지 않았던 대기록이다. 삼성에서 가장 최근 40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2003년 56홈런 144타점을 기록한 이승엽이 마지막이다. 100타점으로만 한정해도 2007년 심정수(101개)가 마지막. 류중일 감독은 시즌 초부터 "최형우가 아니면 대체 누가 4번타자를 치나"라고 반문했다. 최형우는 삼성의 4번타자에 걸맞는 도전을 하고 있다. 그의 6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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