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양기가 말하는 '대타 최다타점' 비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01 07: 52

"우리팀 유일한 대타 아니야. 요즘 아주 잘하고 있어".
한화 한대화 감독이 덕아웃을 지나가던 한 선수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9년차 외야수 이양기(30). 그가 요즘 뜨고 있다. 이양기는 지난달 31일 대전 삼성전에서 7회 1사 1·2루에서 대타로 나와 정현욱으로부터 중견수 앞 굴러가는 적시타를 터뜨렸다. 비록 팀은 1점차로 패했지만 이양기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나타난 한판이었다. 우완 투수 정현욱을 상대로 한대화 감독은 우타자 이양기를 넣었다. 그의 존재가 굳이 좌완 스페셜리스트에 국한되지 않음을 나타내는 장면이었다.
이양기는 지난달 24일 대전 SK전부터 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6일 대전 SK전부터는 4경기 연속 타점 행진까지 벌이고 있다.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대타로 나와 적시 2루타로 쐐기점을 터뜨렸고, 29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8회 동점을 만드는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12일 잠실 LG전 9회 동점타를 노리던 대타 안타를 시작으로 연일 결정적인 대타 적시타를 터뜨리며 존재감을 드높이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이양기는 데이터가 필요없다"며 각별한 믿음을 나타냈다.

실제로 이양기는 4월 20경기에서는 34타수 7안타 타율 2할6리 3타점으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지만, 5월 18경기에서는 29타수 11안타 타율 3할7푼9리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대타 타율도 2할6푼3리까지 올랐다. 볼넷 3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를 더할 경우 대타성공률은 3할9푼1리나 된다. 결정적으로 대타 타점이 6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확실한 대타로서 존재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이양기는 "시즌 초반에는 맞히기에 급급했는데 요즘에는 제 스윙을 하고 있다. 경기에 계속 나가다 보니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연히 대타타율을 본 것도 그를 자극시켰다. 그는 "지난주에 대타 타율을 보니 1할대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타석에서도 더 집중하고 연구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대타 타율이 이제는 3할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양기는 투지가 넘친다. 타석에서도 바짝 붙어있다. 몸에 맞는 볼도 불사한다. 여기에 상대 투수와 끈질기게 승부한다. 그는 "초구를 잘 치지 않는 스타일이다. 경기 내내 벤치에 있기 때문에 밸런스를 찾으려고 공을 조금 보는 스타일이다. 요즘 코치님들께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라고 주문을 많이 하신다"며 "타석에 바짝 붙어있는 것도 몸에 맞는 볼에 대한 생각이 있다. 안타든 볼넷이든 사구든 모두 같은 출루아닌가. 몸쪽으로 공이 와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룸메이트로 한 방을 쓰는 '최고참' 강동우의 존재도 이양기에게는 큰 힘이다. 그는 "강동우 선배랑 경기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면 곧바로 호텔 안에서 함께 훈련한다. 매일 하는데 안 하려고 하면 혼낸다. 31살에 방졸을 하고 있지만 그런 선배가 있어 즐겁다"고 웃어보였다. 이어 그는 "상대 투수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준비하겠다. 개인적으로 풀타임 시즌이 없었는데 올해는 끝까지 1군에 남아 대타 성공률을 더욱 높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이양기는 올해 좌투수(0.237)보다 우투수(0.368) 상대 타율이 더 높다. 한대화 감독 말대로 그에게 데이터는 무의미하다. 농번기에 이앙기가 쉴새없이 작동하듯 한화의 대타 상황에서는 이양기가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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