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끝까지 지켜 보기는 불가능”
열혈팬 심리학자 30년 자료 분석
야구의 심리학

마이크 스태들러|358쪽|지식채널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아니 왜 저걸 못 때리고 멍청히 서 있는 거지.”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진다. 타석에 선 4번 타자가 플레이트 정중앙으로 낮게 날아오는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놓친 것이다. 그 선수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 선수의 실력에 대한 검증을 눌러버리는 갖가지 심리분석이 동원되는 건 그때부터다. 야구팬들은 마운드에 선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설명하려 애쓰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론을 세우기 위해 다양한 심리현상을 동원한다.
잘 던지고 멀리 치고, 잽싸게 잡고 빨리 달린다. 이것이 야구의 기본기다. 그런데 이것을 좌우하는 것은 운동능력이 아니다. 심리다. 타격의 50퍼센트는 정신력에 달려 있으며, 투구능력은 진화의 결과물이다. 그럴 듯 한가.
야구경기 이면에 숨겨진 심리법칙을 밝혀낸다. 스스로가 열렬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심리학 교수인 저자가 30년간 모았다는 자료를 토대로 기록전을 넘어서는 심리전의 메커니즘을 살폈다. 누구든 원한다면 각자 나름의 분석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야구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야구는 ‘멘틀게임’이라고 단언한다. 타자가 145킬로미터로 달려드는 직구를 치는 것, 야수가 날아오는 볼의 궤적을 계산하는 것, 연속 안타기록을 이어나가는 것이 정신작용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더 있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 한 방으로 승부를 가를 긴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긴장감을 극복하는 것도 포함된다. 심리학이 필요한 것은 이 지점이다. 경기에 부과되는 물리적 요구와 선수의 능력을 중재하기 위한 것이다.
흔히 타자에게 요구하는 ‘공을 치고 싶거든 공을 끝까지 지켜봐라’는 조언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봤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의 눈이 150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지속적으로 주시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을 끝까지 보지도 못할 뿐더러 공이 방망이에 맞는 것도 볼 수 없다. 결국 타자는 타격점을 예측해야 한다.
공 크기에 관한 타자의 판단도 설명해낼 수 있다. “야구공이 축구공만 하게 보이더라”는 말은 단순히 허황된 과장이 아니었다. 당일 선수들의 경기기록을 놓고보니 타율이 좋았던 선수들이 느낀 공 크기는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에 비해 대단히 컸다. 또 빠르게 날아오다 스트라이크존 위쪽으로 솟아오르는 ‘라이징 패스트볼’은 타자의 심리가 만들어낸 착각이었다. 커브볼이 막판에 뚝 떨어지는 듯 보이는 것도 시각적 착각 때문이었다.
관중의 심리도 다뤘다. 야구를 보는 관중은 스스로 팬이 되어간다. 팬이 되지 않고서는 야구에 흥미를 붙일 수 없다는 얘기로 바꿀 수 있다. 여기엔 소속감, 자존감과 더불어 스릴과 긴장감을 느끼는 긍정적인 스트레스인 ‘유스트레스’가 작용한다.
프로야구 열기가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한 심리학자의 야구를 향한 광적인 열정 덕에 마운드와 관중석을 아우르는 심리게임을 분석해보는 재미까지 얻게 됐다.
euanoh@ieve.kr/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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