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깜짝 선발승' 서동환, "경험은 막내급, 많이 배우겠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02 07: 00

"(이)용찬이나 (홍)상삼이에 비하면 제 경험이 오히려 적잖아요. 후배들의 장점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년 전 무려 5억원의 계약금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거물 유망주. 긴 시간 동안 온갖 어려움을 딛고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둔 그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또 겸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7년차 우완 서동환(25. 두산 베어스)의 선한 눈빛에는 오기를 뛰어넘는 차분한 투지가 숨어있었다.

 
서동환은 지난 5월 31일 문학 SK전서 5이닝 동안 70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탈삼진 3개, 사사구 2개)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시즌 첫 등판에서 첫 승을 거둔 동시에 데뷔 이래 첫 선발승이었다. 개인 통산 2승 째.
 
신일고 3학년 시절이던 2004년 서동환은 단연 2차지명 최대어로 꼽혔다. 경남고 2학년 시절 신일고로 전학한 케이스로 1차지명 대상자가 아니던 서동환은 이미 고교 시절 150km를 훌쩍 넘는 직구를 선보이며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지닌 롯데가 조정훈(공익근무 중)을 택하자 뒤를 이은 두산은 재빨리 서동환을 낚았다. 팀 내 역사상 3위에 해당하는 5억원 계약금과 함께. 2005시즌 개막 전 마무리로 낙점되었으나 첫 경기부터 부진한 모습으로 정재훈에게 기회를 내줬던 서동환은 이후 고질적 제구 불안과 두 번의 팔꿈치 수술로 잊혀지는 듯 했다.
 
"2008년 임의탈퇴된 뒤 밖에서 야구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고교 시절 하던 버릇을 버리지 못하다가 주변인이 된 뒤 모든 것을 새로 바꾸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귀 후에는 김진욱 투수코치님과 상의하고 여러 생각과 과정을 거치면서 기량 연마에 힘썼습니다".
 
2008년 4월 이후 3년 여 만에 돌아온 1군 무대. 선발승과 관련한 이야기에 서동환은 저절로 뿌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자신에 대한 대견함과 부산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부모님. 그리고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게 해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뒤섞였다.
 
"축하 문자 많이 받았어요. 특히 이천(2군 훈련장)에서 같이 고생하던 친구들이 문자 많이 보내줬습니다. 어머니께서도 '고맙다'라고 하셨구요. 경기 전 불펜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오히려 마운드에 오르니 차분해졌어요".
 
"(최)승환이 형이 챙겨준 선발승 공은 앞으로 내 가보"라며 웃은 서동환. 자신을 격려한 많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면서 그는 다시 한 번 김 투수코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5월 31일부로 2군 투수코치에서 1군 불펜코치로 보직 이동한 김 코치는 2군 훈련장에서도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스승으로서 투수들을 보듬어주는 존재였다.
 
"주변에서 정말 절 흔들리지 않게 많이들 잡아주셨어요. 특히 김 코치께서는 운동이 끝나면 문자도 보내주시고 우스갯소리도 자주 건네시면서 긴장을 풀어주셨어요. 승리했을 때도 '멋졌다'라고 해주시더라구요. 예전에는 정말 말도 안 듣고 비뚤어진 태도를 자주 보였었는데 그 때마다 절 잡아주셨습니다".
 
그동안 서동환은 '제구력이 안 좋은 새가슴 투수'라는 악평을 받아왔다. 지난 6년 간 1군 보다 2군이 익숙한 모습을 보인 동시에 사실상 은퇴 위기까지 몰렸던 서동환. 그러나 데뷔 첫 선발승은 그에게 1승 이상의 의미였다. 투수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볼넷을 자주 내주면서 불안한 경기를 펼쳤으니까요. 제 스스로 안정감을 높여야지요. 특히 예전에는 제 자신과 싸우다가 스스로 무너졌었는데 31일 경기가 제게 정말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동환의 호투가 수훈갑"이라며 선두 SK와의 3연전 첫 경기 승리를 평한 김경문 감독은 "앞으로 이용찬, 홍상삼, 서동환 등 젊은 선발투수들이 안정된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투수진을 운용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전지훈련 조차 참가하지 못했던 서동환은 단 한 경기 만으로 감독의 시선까지 바꿔놓았다.
 
"용찬이나 상삼이랑 같이 언급되었는데 사실 1군 경력으로 따지면 제가 막내지요. 팀에 좋은 선배들이 계시고 좋은 후배들의 장점도 보고 배우려고 합니다. 선발로 뛰지 못하더라도 1군에서 꾸준히 남아 운동하는 것. 그게 제 올 시즌 목표입니다".
 
두각을 나타내면 굉장히 커다란 파도가 몰아치지만 부진할 경우 관심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 냉정히 따지면 서동환은 이제 2011시즌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굉장히 긴 터널 속 방황했던 그는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선다.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