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한국프로야구를 주름잡으며 '30-30클럽(홈런-도루)을 달성하는 등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꼽혔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41, KIA 타이거즈)과 '적토마' 이병규(37, LG 트윈스). 이들이 흐르는 세월 속에서 더해만 가는 나이를 잊고 양팀을 대표해 타선을 이끌며 '베테랑의 힘' 이란 무엇인지 후배들에게 보여줬다.
1일 오후 잠실구장에서는 전통의 라이벌 LG-KIA전이 열렸다. 지난 1994년 LG가 창단하면서부터 각별한 인연으로 라이벌관계가 형성된 이들은 올 시즌 4강을 꿈꾸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LG는 올 시즌 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며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다. KIA 역시 지난해 플레이오프 탈락을 뒤로하고 2009년 챔피언 자존심 회복을 다짐하며 4위를 지키고 있다.
이날 KIA를 대표하는 베테랑 이종범이 9번타자 우익수로, LG의 간판인 이병규도 3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면서 소리없는 베테랑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다. 결과적으로만 놓고 볼 때 4타수 3안타 2득점 1타점으로 승리를 이끈 이종범이 4타수2안타를 친 이병규에 판정승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이종범은 3회 첫 타석에서 2사 후 LG 선발 벤자민 주키치를 공략해 팀 내 첫 안타를 만들어냈다. 주키치의 호투에 밀린 KIA는 이종범의 한방에 자신감을 차리고 이용규와 김선빈의 연속 안타로 주키치를 흔들었다. 이종범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측 선상 2루타로 출루한 데 이어 5회는 1타점 중전 적시타까지 날리며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이병규 역시 이날 LG 타자들 중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KIA 선발 서재응에게 5안타로 눌렸지만 이병규는 1회 첫 타석에서 깨끗한 중전안타로 출루한 데 이어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이용규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날리며 타격 1위의 가치를 증명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전성기가 지났다고 생각하기 쉬운 베테랑이다.
이종범은 지난 1993년 프로에 데뷔한 뒤 1997년 30-30클럽을 달성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로 이적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 달리 일본에서 사구 후유증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2001년 한국에 복귀했다. 이종범은 올 시즌 32경기에 출장해 2할4푼3리의 타율에 7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초 목 근육통만 없었다면 이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을 것이다.
이병규 역시 지난 1997년 프로 데뷔 후 신인왕과 1999년 30-30클럽을 달성했다. 그리고 2006시즌을 마치고 주니치로 이적했으나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올 시즌 46경기에서 3할8푼7리의 타율에 67안타 33타점 9홈런으로 펄펄 날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야구선수로서 최고의 시점에 나란히 일본 주니치에 입단했다. 그리고 실패를 맛보고 다시 한국에 복귀했다. 그러나 소속팀인 KIA와 LG에서 없어서는 안될 베테랑으로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1일 경기만 놓고 볼 때 '노병은 죽지 않았다'는 말이 딱 맞았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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