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인터뷰]
OSEN 이혜진 기자
발행 2011.06.02 08: 51

엄정화는 예측할 수가 없다. 무대에서도, 스크린에서도 관객들에게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섹시한 노래로 마음을 흔들어 놓고는, 짠한 내면 연기로 눈물을 뚝뚝 흘리게 한다.
보통 실력으로는 어림없을 1인2역. 그는 누구보다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엄정화는 자신의 재능을 잘 벼른 칼처럼 제대로 휘두를 줄 아는 배우이자 가수다.
엄정화가 영화 ‘마마’(감독 최익환)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모녀, 모자의 이야기를 그린 ‘마마’에서 엄정화는 시한부 5년을 선고 받은 아들 ‘원재’를 위해 세계 여행을 선물하고픈 억척 야쿠르트 아줌마 ‘동숙’으로 변신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누런 야쿠르트 아줌마 복장을 하고 아들과 씩씩하게 체조를 하는 동숙에게선 엄정화를 찾을 수 없다.
시한부 삶을 사는 아들에 이어 자신에게도 손 쓸 수 없는 병이 진행되고 있음을 안 동숙이 찬 병원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의사에게 “꼭 살아야만 한다”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진짜 엄마의 모습만이 남는다.
지독히 많은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는 이들 모자의 이야기. 갑상선 암 수술로 한 차례 위기를 겪은 엄정화에게 이 영화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사실 안하려고 했다. 내 진짜 모습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두려웠다. 동숙이 수술실에 들어가는 장면을 찍을 때는 정말 싫었고.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는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었다. 잘 극복해 냈으니 이젠...”
원재와 동숙 모자는 절망에서 길어 올린 묵직한 희망을 노래한다. 그래도 살자고, 살 수 있다고 서로에게 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이들 모자는 잿빛 현실에서 하늘색 희망을 보여준다.
“잘 될 거라고 믿는 동숙의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역을 통해 긍정의 힘을 느꼈고, 그걸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병을 알게 된 동숙이 원재를 업고 한강 물에 빠져 죽으려고 할 때 원재가 말한다. ‘희망은 절대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 당신이 희망을 버릴 뿐’이라고.”
‘마마’는 엄정화에게 약이 되는 영화였다. 오랜 기간 성공가도를 달리며 돌아보지 못했던 가족의 의미를 되살려준 기회였기 때문이다.
“시사회 때 어머니를 초대했는데 어떻게든 영화 홍보하려고 하시더라.(웃음) 다정한 모습으로 사진 찍으려고 엄마 얼굴에 내 얼굴을 갖다 대었더니 ‘얼굴 누르면 사진 잘 안나온다’고 하셨다. 우리 남매(엄태웅)의 끼는 엄마 유전자로부터 온 거 같다. 무대라는 걸 처음 경험하게 해준 사람도 바로 우리 엄마니까.”
가족 이야기에 엄정화의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돌았다. 엄정화가 ‘동숙’으로 분한 이번 영화,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사실 가족들은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촬영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까. 태웅이가 영화 ‘실미도’에 출연했을 때, 첫 훈련하는 부분부터 난 울기 시작했다.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아프다. 역시 피는 다르다.”
엄정화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합창단’ 활동을 하며 시도 대회를 종횡무진 누비셨던 어머니, 가수의 꿈을 키우다 호된 경험을 했던 큰언니, 슈퍼스타K3 오디션 1차 예선에 합격했다는 조카까지 소녀처럼 기분 좋은 음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놓는 엄정화. 그의 에너지는 가족인 듯 했다.
“시사회 때 영화를 본 고등학교 1학년 조카가 ‘엄마한테 잘 할 거야. 너무 잘 봤어, 이모’라고 말했다. 그 때 가정이 주는 희망이란 걸 절실히 깨달았다. 이젠 극 중 유해진 씨처럼 자식을 위해 희생만 해온 엄마를 더 아끼고 사랑해 주고 싶다.”
엄정화가 영화를 찾을 관객들을 위해 짧은 초대장을 썼다.
“엄마에 대한 사랑과 앞으로의 희망, 그리고 행복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마마’는 착한 영화, 좋은 영화입니다.”
시간이 그에게서만 멈춘 것처럼, 스크린에서 빠져나온 엄정화는 초현실적으로 보였다. ‘마마’의 캔디 같은 엄마 동숙이 ‘댄싱퀸’이 되어 다시 돌아올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 진다.
'마마'는 지난 1일 개봉해 상영중이며 엄정화는 5월 말 차기작 '댄싱퀸' 첫 촬영을 마쳤다.
 
triple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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