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장갑과 출루 장갑이 내게는 행운이다".
한화 5년차 내야수 이여상(27)은 요즘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배트에는 보이지 않게 '불방망이'라고 적어놓았고, 배트 장갑에는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안타와 출루를 새겨놓았다. 이번주 삼성과의 대전 홈 3연전부터 불방망이를 치고 싶고, 안타와 출루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적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이여상의 배트는 불방망이로 급변했고, 장갑대로 안타로 출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3연전 첫 날 2타수 1안타로 방망이를 예열한 이여상은 지난 1일 둘째날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1도루 2득점으로 펄펄 날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올 시즌 두 번째 3안타 경기로 6월의 첫 경기를 상큼하게 끊었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연 이여상은 5회 좌전 안타를 터뜨린데 이어 7회에는 2루 쪽으로 내야안타를 날렸다. 초구·2구·4구를 공략한 것으로 적극적인 스윙이 돋보였다.

이여상은 "그동안 타석에서 생각이 너무 많다. 단순해지자고 생각했다. 초구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스윙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적극성은 스스로에 대한 긍정의 힘이 작용했다. 배트와 장갑에 적은 불방망이와 안타·출루가 바로 그것이다. "되든 안 되든 웃으면서 즐겁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렇게 적어놓았는데 진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행운이 되어가는 것 같다"는 것이 이여상의 말이다.
기술적으로는 타격 리듬을 회복한 것도 한 이유였다. 이여상은 타격시 왼쪽 팔꿈치를 흔들며 리듬을 맞춘다. 이른바 '중풍타법'이다. 이여상은 "나는 하체에 특별히 리듬을 맞추는 동작이 없다. 그래서 팔꿈치를 흔들면서 맞추는 스타일인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풍 걸렸냐고 하더라. 그건 아니다. 한동안 그렇게 하지 않다가 최근에 다시 시작했는데 리듬이 맞아간다. 원래 스타일대로 하니까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이범호가 팀을 떠난 지난해부터 줄곧 3루 자리가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오선진마저 부상으로 전반기 출장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여상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여상은 "이제는 3루로만 나오니까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 3루 수비는 큰 어려움없이 편하다"고 자신했다. 안타·출루 장갑이 찾아준 긍정의 힘이 이여상을 한화 3루의 새주인으로 만들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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