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클래스가 다르다.
한화 '스나이퍼' 장성호(34)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장성호는 지난 1일 대전 삼성전에서 5회 결승 적시 2루타에 이어 7회 쐐기 적시타를 날리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에이스 류현진의 호투와 4번타자 최진행의 쐐기 홈런포가 있었지만 장성호의 결승타를 빼놓고는 설명이 어려운 승리였다. 경기 후 한대화 감독도 "장성호의 결승타가 결정적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장성호 효과 어느 정도인가

한화가 '장성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화는 지난 4월24일 장성호가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이후 33경기에서 15승18패로 5할에 근접한 승률을 내고 있다. 장성호 복귀 전후로 한화의 팀 타율은 2할1푼8리에서 2할4푼7리로 올랐고, 경기당 평균 득점도 3.2점에서 4.0점으로 향상됐다. 장성호가 3번 타순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줌으로써 팀 타선 전체가 굉장히 짜임새있어졌다. 확실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타자가 타선이 있으냐 없느냐 여부가 그만큼 큰 것이다.
장성호는 올해 33경기에서 107타수 33안타 타율 3할8리 3홈런 1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안타 갯수와 맞먹는 28개의 볼넷을 얻어 출루율이 4할6푼에 달한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타격 8위와 출루율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규정타석도 18타석만 더 채우면 된다. 게다가 득점권에서도 29타수 10안타 타율 3할4푼5리 2홈런 13타점으로 확실한 해결 능력을 뽐내고 있다. 1일 삼성전에서도 한대화 감독은 장성호 타석 앞에서 두 번이나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그리고 장성호는 보란듯 스코어링 포지션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한대화 감독은 "장성호의 영향이 크다. 작년부터 이런 모습을 기대했다. 장성호 효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율이 절대 2할7푼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치지 못하면 볼넷으로 출루한다. 관리를 할 줄 안다는 것"이라며 "선구안이 좋고 상황을 읽을 줄 안다. 집중력도 좋아서 중요할 때 쳐주는데 이런 게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솔선수범하는 고참

4번타자 최진행은 "(장)성호형이 앞 타석에서 안타든 볼넷이든 어떻게든 출루를 한다"며 그의 선구안에 놀라워 했다. 이어 "성호형이 출루하면 나에게도 바로 기회가 오기 때문에 투아웃이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며 "노림수를 갖고 치는 모습이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볼넷을 얻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고 이야기했다.
의지도 남다르다. 1일 삼성전에서도 장성호는 첫 타석에서 2루 땅볼로 물러난 데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도 2루수 내야플라이로 아웃됐다. 하지만 3~4번째 타석에서 결정적인 적시타로 만회했다. "팀이 상승세에 있는데 앞선 두 타석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난 게 마음에 남았다. 어떻게든 중심타자로서 제 몫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 장성호의 말이었다. 한대화 감독은 "KIA에 있을 때와 지금은 또 다르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봤다.
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경기 전 연습을 마치고 흩어진 공도 직접 일일이 허리숙여 줍는다. 후배들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지만 장성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직접 나선다. 이에 대해 그는 "공 줍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내 훈련 끝나고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일 뿐이다.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라며 손사래쳤다. 하지만 그런 선배의 모습에 후배들은 뒤따르고 있다. 최진행은 장성호에 대해 '진국'이라는 표현을 썼다. 장성호가 점점 더 한화의 중심이자 심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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