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37, LG 트윈스)의 닉네임은 그의 다양한 히팅 포인트처럼 가지각색이다.
과거 중국 삼국 시대의 명마인 적토마처럼 하루 1000리를 가도 지치지 않고 잘 달린다는 뜻에서 나온 '적토마', 외야 수비 때 라면을 사러 가는 것처럼 슬렁슬렁 뛴다는 뜻에서 나온 '라뱅', 그리고 팬들이 우스갯소리로 지은 '라뱅 스리런'까지….
이병규는 "라뱅이라는 의미는 조금 안 좋은 것 같아서 싫다. 적토마가 가장 좋다"며 "자신을 적토마라고 불러달라"고 팬들에게 부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L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면, 잠실 야구장 내 외야 전체를 말을 타고 달려보겠다"며 팬들에게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
LG는 지난 8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올 시즌 2일 현재 28승21패로 2위에 올라 1위 SK(28승17패)와 불과 두 경기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물론 3위 삼성, 4위 KIA와도 승차가 많이 나지 않아 아직까지 순위를 이야기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올 시즌 LG는 안정된 선발진과 막강 타선을 앞세워 지난 4월 2일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경기력을 보였다. 4월에 '플러스3', 5월에도 '플러스5'를 기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LG의 상승세를 이끄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베테랑' 이병규의 힘이 크다.
이병규는 요즘 치면 안타다. 2일 현재 46경기에 출장 3할8푼7리의 타율에 63안타 9홈런 33타점 26득점을 기록하며 타격 전부문에서 상위권에 있다. 타율과 최다안타는 당당히 1위, 출루율 3위(4할2푼5리), 그리고 홈런도 5위에 올랐다.
지난 2006 시즌을 마치고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로 이적 후 3년 만인 지난해 복귀해 2할9푼의 타율에 9홈런 64타점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팀 동료인 이택근도 "(이)병규형의 전성기는 올 시즌"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다.

이에 대해서 이병규는 "특별한 계기는 없다. 그러나 지난해 복귀 때 우리 팀에는 내가 아니어도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나까지 성적을 내려고 하면 자칫 팀 분위기가 나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내가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 팀이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요즘 성적이 좋으니까 제 2의 전성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이병규는 올 시즌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없다. "거짓말 같지만 진짜로 없다"고 말한 이병규는 "목표는 딱 하나다. 팀이 우승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LG는 올 시즌 자존심 회복을 위해 지난 시즌을 마친 직후 4강에 오른 팀들이 잠실에서 포스트시즌을 펼칠 때 남해와 진주에서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홈구장을 다른 팀들에게 내주고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선수들에게 자존심이 상한 일이었다. 이어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훈련을 50일 동안 떠났다. 스프링캠프도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그렇게 훈련한다고 성적이 나겠냐"는 주변의 비아냥도 있었지만 LG는 현재 2위로 이들의 비웃음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 중심에 이병규가 서서 선수단 모두에게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병규는 "우승한다면 충분히 말을 타고 잠실 야구장을 달릴 수 있다. 그러나 말은 회사에서 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승을 하면 구단이 아닌 LG 팬들이 자발적으로라도 말을 구해오지 않을까 싶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