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황정민, 열혈 기자 '명연기' 압도..천의 얼굴

배우 황정민이 영화 '모비딕'을 통해 다시한 번 배우로서 빛나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는 1994년 11월 20일 서울 근교 발암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 사건을 시작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사회부 기자 이방우(황정민)의 활약을 그려낸다. 이방우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고향 후배 윤혁(진구), 그리고 동료 기자 손진기(김상호)과 후배 기자 성효관(김민희)은 함께 뭉쳐 의문의 사건을 퍼즐처럼 맞춰 나간다.

영화는 정부 위의 정부, '음모론'을 소재로 크기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고래에 맞서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침착한 어조로 풀어낸다. 미드에서 종종 접할 수 있던 음모론이란 소재가 국내 현실에 맞춰 흥미를 끄는 장르물로 탄생했다.

또 영화는 이방우를 연기한 황정민에 의해 많은 부분 단단해졌다. 처음에는 특종을 잡기 위해 꼼수도 쓸 것 같은 날라리 기자같아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의 투사로 변해가는 캐릭터의 변화가 자연스러워 서사가 힘을 얻는다. 

실제 이번 영화를 위해 직접 기자체험을 하기도 했던 황정민은 지친 표정 하나에도 생생한 사실감이 전달된다. 기자로서 이성과 감성을 오가는 디테일한 모습들이 설득력있게 그려져 몰입도를 높인다. 그래서 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가속 그래프를 갖는다.

황정민은 변신이 자유로운 배우다. 같은 형사 연기만 해도 '사생결단'과 '부당거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의 그 모습이 전차만별이듯 장난끼 넘치는 탐정(그림자 살인), 엉뚱한 소시민(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착한 우체국 직원(그저 바라보다가), 절절한 로맨티스트(너는 내 운명), 눈먼 검객(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등 그 어떤 모습도 어색하지 않게 천의 얼굴로 관객들을 만나왔다. 

또 배우의 카리스마를 지닌 연기자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바람난 가족', '로드 무비' 등의 초기작에서부터도 스크린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왔다. '달콤한 인생'에서는 짧은 특별 출연임에도 불구,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배우를 크게 캐릭터 속에 자신을 녹여내는 배우와 본인을 벗고 캐릭터에 착착 붙는 두 부류로 나눈다면 황정민은 후자 쪽에 가까운 듯 하다.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오랜동안 연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무대를 경험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모비딕'의 이방우 를 통해 황정민은 그 어떤 폭발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 변신보다도 힘 있는 '명연기'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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