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지리공원 추진 강원도 DMZ 접경지역
화채그릇 닮은 펀치볼
현무암 천지 운봉산
내린천 포트홀 곡선…
자연의 신비 그대로

[이브닝신문/OSEN=(양구·인제·고성)최아름 기자] 60년 가까이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여전히 긴장이 감도는 이곳이 ‘만남의 장소’로 거듭나는 중이다.?
바로 강원도 DMZ 지리공원(Geopark) 조성사업이다. 지리공원이란 아름다운 지형〮ㆍ지질 경관과 문화〮〮ㆍ역사〮ㆍ생태〮ㆍ고고학적 유산을 잘 보존〮ㆍ활용해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끌어 내는 유네스코 자연환경 보존제도이다. 강원도는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군에 이르는 접경지역을 묶어 지리공원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지각 변동과 흐르는 물, 파도가 만든 땅, DMZ에 다녀왔다.
남북한 미인계 맞불작전
을지전망대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약 1km 남쪽지점에 위치한 해발 1049m의 양구군 가칠봉 능선에 자리잡고 있다. 을지부대가 관할하는 전망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군시절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은 굽이굽이 구부러져 있다. “지금 우리가 지나는 이 길이 과거엔 남방 한계선 안쪽이었어요. 남북이 서로 시야를 확보하느라 DMZ가 축소되면서 지금은 많이 북상했습니다” 김창환 DMZ 지리공원 조성사업단장의 설명이다. 도로는 적막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철조망과 군인 초소가 분단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그 너머 보이는 울창한 숲의 신록에 이내 긴장이 누그러진다.
전망대에서 군인들의 안내와 설명이 이어졌다. 남북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무시무시한 현장 속에서도 한때 미인계 작전으로 상대편을 유혹한 적이 있었단다. 북한은 가칠봉을 마주보는 DMZ 북측 지역 운봉과 매봉에 있는 선녀폭포에서 여군들이 목욕을 하게 했다. 우리 측도 가칠봉 정상에 수영장을 지어 1992년 이곳에서 미스코리아 수영복 심사를 했다. 이때 탤런트 이승연이 미스코리아 미에 당선됐다. 가칠봉 수영장은 북한 쪽에선 탈의실이 보이도록 3면을 투명하게 했다. 당시 수많은 북한 군인들이 밤잠을 설쳤으리라.
“돼지야 고맙다”?
을지전망대에서는 양구 해안분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수능시험에도 곧잘 등장하는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전형적인 침식분지다. 옛날 이 일대에 늪이 많아 주민들이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뱀이 많았는데 조선 말 어느 스님의 권고로 돼지를 키우면서 마을에서 뱀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때부터 ‘돼지(亥)가 마을에 안녕(安)을 가져왔다’는 뜻에서 해안마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펀치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종군기자들이 가칠봉에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화채 그릇(punch bowl)과 같다하여 붙인 이름이다. 거대한 화채 그릇에는 그 크기만큼이나 사연도 가득하다. 기자가 찾은 날은 날씨가 흐려 신비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흐르는 물이 만든 예술
인제 내린천은 양양군에 있는 복룡산에서 생겨나 소양강 상류 합강까지 40여km에 걸쳐 흐른다. 이곳에서는 여기저기 둥글둥글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기반암들이 눈에 띈다. 게다가 곳곳에 움푹 패인 포트홀을 볼 수 있다. 기반암의 오목한 부분에 들어간 자갈이나 모래가 물살을 따라 돌며 만들어낸 절경이다. 이러한 회전운동이 계속 되면 오목한 부분이 점점 깊게 파이면서 수미터에 이르는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내린천에서는 유유히 흐르는 물과 둥근 기반암들이 완만한 조화를 이룬다. 이맘때면 누드사진 촬영대회가 열린단다. 그러고 보니 자연의 곡선과 여체의 곡선이 꽤 닮은 듯 하다.
골다공증 걸린 바위?
도청에서 감사를 나왔던 한 간부가 고성을 순시하던 중 파도가 몰아쳐 바위를 때리는 광경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는 능파대는 원래 돌섬인데 언제부턴가 문암천 하구에 쌓인 모래로 인해 육지와 연결됐고 이후 어민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해안선을 따라 우뚝 서있는 바위들은 파도를 닮아있다.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뭉쳐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조각품 같기도 하다. 바다가 조각한 예술인 셈이다. 특히 타포니의 발달이 두드러진다. 타포니는 풍화작용에 의해 암석의 측면에 생긴 동굴 형태의 구멍을 말한다.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사진전에 출품한 어느 중학생은 ‘골다공증 걸린 바위’라는 재치있는 제목을 붙였다.
끝없는 현무암 장관이네
현무암이 가득한 고성 운봉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화산 분화시 용암이 굳어 생성된 광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끝없이 펼쳐진 현무암 행렬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산 정상에서는 설악산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코발트 바다·소나무숲
김일성도 반한 화진포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유명한 고성 화진포는 동해안 최대의 호수로 둘레가 약 16km에 이른다.
화진포는 단순히 규모만 큰 호수가 아니라 계절마다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조선 말기 방랑시인 김삿갓은 화진팔경(花津八景)을 노래했고, 북한 김일성도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고성군에 위치한 김일성 별장은 원래 한 캐나다인 선교사의 건물이었다. 6ㆍ25 전까지 김일성과 그의 처 김정숙, 아들 김정일 등이 휴양지로 이용하면서 김일성 별장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외관이 유럽의 성을 떠올리게 해?‘화진포의 성’으로도 불린다.?
3층 전망대에 오르니 청아한 코발트색 바다와 소나무숲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탁 트이고 상쾌한 기분이 들어 김일성이 반한 이유를 알만하다. 화진포 해수욕장은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얕아 산책코스로도 좋다.?
arum@ieve.kr/osenlife@osen.co.kr
<사진1> 강원도 인제 내린천에는 둥글둥글하고 움푹 패인 기반암들이 가득하다. 흐르는 물이 만든 예술인 셈이다.
<사진2> 김일성 별장 3층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화진포 해수욕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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