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바르셀로나가 21세기 최고의 팀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무대를 휩쓸고 있는 것은 물론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암흑의 시기를 보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OSEN은 명지대 감독 시절 무명의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냈고 최근 포천에 김희태 바르셀로나 축구학교를 개설한 김희태(58) 총감독 겸 이사장으로부터 바르셀로나가 왜 맨유에 이길 수 있었는지 들어봤다.[편집자 주]
바르셀로나는 지난달 29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2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맨유를 상대로 3-1 완승을 거뒀다. 경기를 지켜보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승리였다. 지도자로서 왜 알렉스 퍼거슨(70) 맨유 감독이 손을 떨었는지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 바르셀로나는 무엇이 달랐나?

이번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는 토틀 사커의 진수를 선보였다. 수비에서는 전원이 둘러싸는 압박을 펼치고, 공격 시에는 상대의 허점이 드러날 때까지 집요하게 공을 돌리며 전원이 공격을 펼쳤다. 골 결정력이 뛰어난 해결사에게 연결해 득점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도드라졌다. 전반 27분 페드로 로드리게스(24)의 선제골 그리고 후반 9분 리오넬 메시(24)의 결승골 등이 그랬다.
바르셀로나는 퍼거슨 감독이 내놓은 압박 축구에 초반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10여 분 만에 주도권을 되찾으며 수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과거 아스날을 상대로 단 한 개의 슈팅도 허용하지 않으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던 모습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기록에서 드러난 격차
기록을 살펴보면서 그 격차를 다시 실감했다. 바르셀로나가 슈팅(19:4) 볼 점유율(63:37) 패스성공률(86:72) 등 축구의 핵심적인 기록들에서 맨유에 단연 앞섰기 때문이다. 맨유가 전후반 통틀어 4개의 슈팅을 날린 반면 바르셀로나는 무려 19개의 슈팅을 퍼부었다. 웨인 루니(26)의 동점골이 맨유의 유일한 유효 슈팅이었다면 바르셀로나는 12개의 슈팅이 골문을 위협했다. 득점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슈팅의 차이는 볼 점유율과 패스성공률이 원인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볼 점유율에서 63대37로 앞섰다. 38분54초 동안 공을 소유한 바르셀로나는 메시(24)와 사비 에르난데스(31) 그리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7)가 정교한 패스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이들이 기록한 패스성공률은 무려 90%가 넘는다. 맨유에서는 네마냐 비디치(30)가 유일하게 80%(84%)을 넘겼을 뿐이다. 바르셀로나의 승리가 당연했다.
▲ 과르디올라가 완성한 토틀 사커
바르셀로나가 이런 축구를 하루 아침에 완성한 것은 아니다. 지난 1988년부터 1996년까지 바르셀로나의 지휘봉을 잡았던 요한 크루이프(64) 감독이 기초를 다지고, 당시 선수로 활약하던 펩 과르디올라(40) 감독이 마지막 조각을 끼웠다. 20여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역작이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이 최고는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구축된 기본기(볼 소유력, 볼 처리능력, 패싱력, 트래핑)가 놀라운 수준이다. 특정 선수가 아닌 전체 선수들의 기본기 수준이 높으니 상대가 어떤 축구를 들고 나와도 당황하지 않는다.
맨유도 뛰어난 선수들은 즐비했지만, 하나의 팀이라는 점에서는 손색이 있었다. 이번 대회가 끝나자마자 축구 전문가들이 일제히 바르셀로나가 당분간 독주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이유다.
내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언제까지 지휘봉을 잡을지가 관건이지만, 최소한 3~4년은 바르셀로나의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정리> 황민국 기자 stylelomo@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