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는 왜 맨유에 이겼나?](하)유소년의 힘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1.06.04 08: 00

FC 바르셀로나가 21세기 최고의 팀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무대를 휩쓸고 있는 것은 물론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암흑의 시기를 보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다. OSEN은 명지대 감독 시절 무명의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냈고 최근 포천에 김희태 바르셀로나 축구학교를 개설한 김희태(58) 총감독 겸 이사장으로부터 바르셀로나가 왜 맨유에 이길 수 있었는지 들어봤다.[편집자 주]
요즈음 나에게 바르셀로나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내가 바르셀로나 아카데미를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 개설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대답은 한 가지다. 바르셀로나가 '라 마시아(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숙소로 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스템을 상징하는 말)'로 불리는 유소년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잠시 침체를 겪을 수는 있어도 그 선연한 광채를 영원히 잃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유소년의 힘
바르셀로나는 전술 조직력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소년 시절부터 다져진 선수들의 기본기(볼 소유력, 볼 처리 능력, 패싱력, 트래핑)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릴 때부터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대부분 주전으로 뛰고 있어 전술 조직력이 극대화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뛰어난 득점력을 갖춘 해결사들을 영입하는 방법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한다.
알렉스 퍼거슨(7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난달 29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2010~2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1-3으로 패한 뒤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시스템을 따라갈 수 없다. 우리는 고작 반나절을 가르치는 반면 바르셀로나는 하루 종일 축구에 집중한다. 바르셀로나를 이기려면 이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 유소년 투자에만 1년에 233억 원
바르셀로나가 유소년 시스템에 투자하는 비용만 살펴도 그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지 쉽게 알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유스팀에만 매년 1500만 유로(약 233억 원)를 투자한다. 웬만한 주전급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금액이다. 바르셀로나가 아닌 다른 팀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바르셀로나는 이 과정을 통해 리오넬 메시(24), 사비 에르난데스(31),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7) 등을 키워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한 바르셀로나의 주전 선수들 중 자체 유소년팀 출신이 8명이었다.
최근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바르셀로나와 관련해 내보낸 기사가 이런 상황을 잘 설명한다. 바르셀로나가 현재 주전 중 외부서 영입한 선수들(다비드 비야 4000만 유로, 다니 알베스 3000만 유로, 아드리아누 1000만 유로, 헤라르드 피케 500만 유로)에 지출한 비용을 합친 금액(8500만 유로, 약 1330억 원)이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26, 9400만 유로, 약 1470억 원) 한 명을 데려올 때 들인 돈보다 적다는 내용인데 이는 이적료만 따진 결과로 정확한 비교로 볼 수는 없지만 바르셀로나가 자신들의 유소년 시스템에서 키워낸 선수들을 중용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 전 세계로 퍼져가는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
바르셀로나 유소년 축구의 미래는 더욱 밝다. 축구 자원을 스페인으로 한정짓지 않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메시라는 진주를 발굴한 데 이어 멕시코, 한국에 유소년 아카데미를 설치했다. 엘리트 아카데미가 아닌 보급반까지 고려하면 20곳에 달한다. 전 세계 축구의 될 성 부른 떡잎에 바르셀로나 축구를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바르셀로나는 한국에서도 사비나 이니에스타 같은 선수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에 비해 민첩성, 순발력, 순간 스피드, 지구력 등에서 뛰어나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가 원하는 재능을 지녔다는 평가다.
 
내가 경기도 포천에 바르셀로나 아카데미를 유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가 지금의 축구를 완성하는 데 20여 년이 걸렸 듯 우리나라도 20년 뒤에는 세계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리> 황민국 기자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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