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비는 때때로 홈런 이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난 1일 대전 삼성전에서 7회 결정적인 호수비를 한 한화 4번타자 최진행(26)도 그랬다. 2일 대전구장에서는 전날 최진행의 호수비가 화제로 떠올랐다. 하루가 지났지만 진한 여운이 남아있었다.
지난 1일 삼성전. 5-2로 리드를 지키고 있던 한화가 큰 위기를 맞았다. 투아웃까지 잘 잡은 류현진이 갑작스럽게 주자 3명을 내보내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한대화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오를 정도로 긴박한 상황. 타석에는 삼성 1번타자 배영섭이 들어섰다. 배영섭은 류현진의 3구째 밋밋하게 떨어진 서클체인지업을 정확하게 받아쳤다.
맞는 순간 큰 타구임을 느끼게 한 파열음과 궤적. 타구는 좌익수 최진행의 키를 넘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진행은 타구를 놓치지 않고 바라보며 끝까지 따라갔다. 그리고 뒤돌아선 상태에서 마지막 순간 글러브를 끼고 있던 왼손을 내밀어 공을 캐치했다. 류현진과 한화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고, 배영섭과 삼성은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경기 후 류현진이 "어려운 타구를 잡아준 (최)진행이형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할 정도였다.

2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최진행은 "홈런을 칠 때보다 더 흥분됐다"며 "2사에 만루이기 때문에 주자들이 스타트를 끊은 상황이었다. 공을 떨어뜨렸으면 주자가 모두 들어오기 때문에 긴장하고 타구를 쫓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금 앞으로 전진한 수비를 했지만 그래도 내가 잡았기 때문에 호수비가 된 것이다. 다른 선수였다면 이지 플라이"라며 스스로를 낮춘 뒤 "잡는 순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평소 외야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된 최진행으로선 그간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최고의 수비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배)영섭이의 타구가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최)진행이가 잡아버리더라"며 아쉬운듯 입맛을 다셨다. 만약 그 타구가 빠졌더라면 한화와 류현진은 무너졌다. 삼성은 류현진을 무너뜨림과 동시에 올해 삼성에게 약한 아쉬움을 떨칠 수 있었다. 최진행의 호수비는 단순한 아웃카운트 하나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