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대전구장. 경기전 연습 도중 1루 베이스에서 누군가가 퍽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삼성 8년차 내야수 조영훈(28). 1루에서 주루 플레이 연습에 몰두하던 조영훈은 배팅훈련 중이던 배영섭의 슬라이스성 타구에 안면을 그대로 강타당했다. 덕아웃에 앉아있던 류중일 감독이 벌떡 일어나 안타까워 할 정도였다.
다행히 진단결과 큰 부상은 아니었다. 좌측 광대뼈와 턱 사이에 단순 타박상을 입었을 뿐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리고 2일 대전 한화전. 경기 전 류중일 감독은 "기회를 한 번 줘봐야지"라며 조영훈을 6번타자 1루수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뇌진탕 후유증을 겪고 있는 채태인이 이제 막 2군에서 훈련을 재개한 가운데 라이언 가코도 급격한 부진에 빠져있었다. 류 감독은 결국 조영훈에게 눈길을 돌렸다.
류 감독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2회 첫 타석부터 한방을 날렸다. 1-0으로 리드한 2회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등장한 조영훈은 볼카운트 1-2에서 한화 선발 안승민의 4구째 가운데 높은 137km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 솔로홈런을 작렬시켰다. 올 시즌 27경기-51타석만의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조영훈의 방망이는 4회에도 불을 뿜었다. 4회 박한이의 2루타로 잡은 무사 2루 찬스에서 조영훈은 안승민의 초구 135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터뜨리며 3-0으로 달아나는데 앞장섰다. 2타석 연속 타점을 올리며 진가를 떨쳤다. 6회 우익수 뜬공도 비교적 잘맞은 타구. 8회 좌투수 마일영이 나오자 가코로 교체된 조영훈은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오랜만에 자신의 존재감을 떨쳤다.
삼성은 올해 장타가 터지지 않아 고민이 크다. 큰 기대를 걸고 데려온 가코는 48경기에서 1홈런에 그치고 있다.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대안이 없어 그대로 끌고 가고 있다. 채태인도 복귀 후 활약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삼성에게 있어 이날 마수걸이 홈런 포함 2안타, 2타점을 날린 조영훈이 희망이 될수 있다. 장타력을 갖춘 좌타 거포로서 메리트도 충분하다. 삼성 타선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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