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투'가능성 높은 포크볼, 꼭 던져야 하나?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6.03 07: 05

야구에서 구종은 10개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포크볼을 투수라면 한번쯤 던져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다.
포크볼은 검지와 중지를 깊게 벌려 던지는 구종으로 실밥에 저항을 주지 않아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수직으로 큰 낙차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타자들을 현혹하기 가장 좋은 구종이다. 타자는 배트를 뺄 수도 없을 만큼 빠르고 예리한 각도로 들어와 삼진을 당하기 쉽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한 우완투수 김광삼(31, LG 트윈스)의 주무기도 포크볼이다. 김광삼 뿐 아니라 송승준(31, 롯데), 카도쿠라(38, 삼성), 박현준(25, LG) 등도 포크볼을 주무기로 한다.

김광삼은 지난해에도 낙차 큰 포크볼을 던졌지만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통해 포크볼을 업그레이드했다. 덕분에 그는 올 시즌 LG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8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2일 잠실 KIA전에서는 주무기인 포크볼 때문에 고전하다 시즌 두 번째 패를 떠안았다. 가장 큰 원인은 주무기인 포크볼에 있었다.
이날 김광삼은 총 투구수 91개 가운데 포크볼을 29개 던졌다. 그런데 문제는 폭투가 두 개, 포일이 한 개였다. 사실상 원바운드가 된 포크볼을 포수가 잡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폭투가 세 개로 봐도 무방하다.
첫 실점 순간도 포크볼이 발단이 됐다. 김광삼은 3회 1사 1,3루에서 김선빈에게 2구 포크볼 폭투로 이용규의 2루 진루를 허용했다. 폭투에 병살타 유도가 어렵게 된 김광삼은 김선빈에게 3구째 140km 직구를 던지다 3점 홈런을 맞았다.
김광삼은 5회 실점 때도 포크볼이 원인이었다. 선두타자 이용규에서 중전안타를 맞은 김광삼은 김선빈 타석 때 초구 포크볼을 던지다 조인성이 공을 놓쳤다. 다행히 김선빈을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으나 김광삼은 이범호 타석 때 또 다시 2구째 포크볼을 던지다 조인성의 무릎을 맞고 옆으로 공이 흐르며 이용규는 3루까지 갔다. 이어 이범호의 유격수 앞 땅볼 때 이용규가 홈을 밟아 1실점을 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김광삼이 5실점을 했기 때문에 마냥 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포크볼의 제구가 조금만 잘 됐다면, 아니면 폭투만 나오지 않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었다.포크볼은 투수가 예상한 각도로 들어갈 경우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지만 떨어지는 각도가 조금만 앞에서, 또는 뒤에서 떨어질 경우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 된다.
그렇다면 포크볼을 던지면 안 되는 걸까. 그건 결코 아니다. 중요한 순간 포크볼이 주무기인 투수는 포크볼을 던져야 한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LG 인스트럭터로 참가한 이토 쓰토무(49)는 일본을 대표하는 명포수 출신이다. 지난 1982년부터 2003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22년간 선수로 뛰면서 통산 베스트나인 10회, 골든글러브 11회, 올스타에 16번 선발됐을 정도로 활약한 이토 인스트럭터는 현역 시절 여러 투수들의 공을 받았다.
당시 이토 인스트럭터는 OSEN과 만난 자리에서 현역시절 재미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그는 "내가 선수시절이었다. 우리 팀이 한 점차로 앞선 9회말 2사 3루에 주자가 있었다. 우리팀 마무리 투수는 포크볼이 주무기였다. 타자와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포수 측면에서는 직구를 요구하면 쉽다. 그런데 난 투수에게 7개 모두 포크볼 사인을 냈고, 7개 모두를 거의 온몸으로 막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는 승리를 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이토 인스트럭터가 캠프에서 포수들을 모아놓고 멘탈 훈련을 할 때에도 강조했던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폭투를 던진 김광삼의 제구력에만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김광삼의 공을 막아내지 못한 조인성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김광삼과 조인성은 폭투를 각오하고서라도 포크볼을 던졌다. 결과가 안 좋았기에 문제가 됐지만 앞으로 이런 상황이 또 왔을 경우 지금보다 더 집중해서 포크볼을 던지고 몸으로 막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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