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와 2군. 야구선수에게 이 시기와 장소만큼 힘든 건 없다. 하지만 이 시기 이 곳에서 함께 한솥밥 먹으며 밝은 미래를 꿈꿨던 선수들이 있다. 삼성 최형우(28)와 한화 최진행(26). 이제는 어엿한 4번타자로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4년 전만 해도 경찰청에서 함께 군복무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며 땀흘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흘린 무수한 땀방울이 오늘날의 4번타자들을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유독 닮았다.
그 때 그 시절. 최형우와 최진행은 보여준 것이 없었다. 포수로 삼성에 입단한 최형우는 그러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방출을 당한 뒤 경찰청에 입대했다. 최진행도 가능성만 보였을 뿐 실현시키지 못하며 경찰청에 입대했다. 2006~2007년 2년간 함께 군복무하며 밝은 미래를 기약했다. 하루에 1000번에서 많게는 1500번씩 지독하게 스윙을 돌렸다. 함께 밤을 지새우며 스윙 훈련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전형적인 노력형 타자들이었다.
최진행은 그때 최형우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형우형은 2년간 경찰청에서 정말 잘했다. 2군 리그를 휩쓸었다. 그런데도 비오는 날에 혼자 밖에 나가 연습할 정도로 독했다. 항상 긴장감과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는 것이 최진행의 말이다. 최형우에게도 자신과 같은 노력형 최진행은 특별한 존재였다. 지금도 최형우는 "다른팀 선수 중 유일하게 잘됐으면 하는 후배가 진행이"라고 했다.

지난해 나란히 팀의 4번타자로 자리 잡은 최형우와 최진행은 올해 이대호(롯데)와 함께 홈런레이스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대호가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서있지만 최형우와 최진행도 러닝메이트로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3일 현재 이대호가 14홈런으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최형우(12개)-최진행(11개)이 뒤따르고 있는 중이다. 몰아치기에 능한 거포들이라 언제든지 홈런레이스에 변동이 올 수 있다.
최진행은 최형우의 강점에 대해 "타석에서 투수랑 타이밍을 잘 맞춘다. 스윙타이밍을 보면 공을 배트 중심에 잘 맞힌다. 힘도 워낙에 좋은데 특히 하체 힘이 제대로 받쳐주고 있다"고 바라봤다. 최형우는 최진행에 대해 "경찰청 때에는 정말 못했다. 변화구는 하나도 못쳤다. 그런데 지금은 변화구를 잘 받아친다. 예전과 정말 많이 달라진 것이다. 특히 노림수가 많이 생긴 것 같다. 삼진이 많지만 노림수 자체는 아주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두 선수 모두 타고난 힘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최진행은 "형우형 힘이 더 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최형우는 "힘에서는 내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진행이는 팔뚝을 만져보면 힘이 느껴진다. 팔씨름을 해도 내가 진다"며 후배를 치켜세워줬다. 이어 그는 "야구는 승패가 갈리는 경기이지만 그래도 같이 야구했던 후배가 언제나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함께 좋은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선의의 경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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