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따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전략이다. 이용찬(22)-홍상삼(21)-서동환(25) 젊은 선발투수들을 중용하려는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의 전략은 2007시즌 초반을 연상케 한다.
선두 SK와의 원정 3연전을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하며 돌파구를 찾은 두산. 특히 김 감독은 지난 5월 31일 5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한 '깜짝 선발' 서동환의 호투에 주목했다.

"서동환이 예전과 다르게 씩씩하게 잘 던져줬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없는 동안 이용찬, 홍상삼, 서동환 등 젊은 선발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 경기력은 물론 독선적인 성정으로 인해 야구 내외적으로 낙제점을 받은 페르난도 니에베에게 실망한 김 감독이 선택한 전략이다.
실제로 김 감독이 처음 부임한 2004시즌 이후 두산은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에 의존하는 선발진으로 계속 운용되었다. 병역 파동에 이은 박명환(LG)의 FA 이적이 겹치며 국내 선수 선발 요원이 꾸준히 활약한 예가 거의 없다. 그나마 선발로 기회를 얻었던 김명제는 2009년 말 음주 교통사고 후 선수생활 재개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2006년 고교 서울권 대어로 꼽혔던 임태훈(서울고 졸), 이용찬(장충고 졸)은 첫 풀타임 시즌서 계투 역할을 했다. 선발진의 큰 축이 외국인 투수 혹은 베테랑 김선우로 쏠려있던 상황에서 미래를 짊어질 대체 선발이 나오지 않았던 두산의 현실이다.
"원래 이렇게 운용했어야 했는데". 사실 김 감독은 이 전략을 2007시즌 초반 활용하고자 했다. 2006시즌 평균자책점 2.79로 안정된 활약을 펼쳤던 좌완 이혜천이 2006시즌 후 허리 부상으로 전열 이탈한 뒤 다니엘 리오스-맷 랜들 외 검증된 선발이 없었던 두산은 김명제를 3선발로, 좌완 금민철(넥센)을 4선발로 놓고 시즌을 시작했다.
김명제와 금민철은 모두 당시 프로 3년차 젊은 투수들이었다. 5선발로 구자운(삼성), 이경필(은퇴) 등이 나서기는 했으나 당시 두산은 시즌 초반 4선발제에 5선발을 스윙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컸다. 일단 리오스가 이닝이터 에이스로 활약했고 랜들 또한 제 몫을 했던 만큼 그 바통을 김명제-금민철이 이어받아 주길 바란 것.
활약은 엇갈렸다. 초반 자신없는 투구로 부진을 거듭하며 롯데 장원준과의 트레이드 설에도 휘말렸던 김명제는 그 해 후반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3.97로 살아나며 선발 노릇을 어느 정도 해주었고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는 무실점 선발승을 거두며 감독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명제의 2007년 성적은 30경기(선발 22경기) 4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05. 그러나 김명제는 이제 선발 예정 투수로 부를 수 없게 되었다.
반면 금민철은 시즌 초반 흔들린 뒤 결국 좌완 계투로 시즌을 마감했다. 53경기 1승 4패 6홀드 평균자책점 3.97로 선발 등판은 5차례에 불과했다. 시즌 중에는 어깨 통증을 겪으며 최고 147km에 이르렀던 직구 구속이 뚝 떨어지는 비운까지 겹쳤다. 현재 금민철의 소속팀은 두산이 아닌 넥센이다.
김명제와 금민철에게 걸었던 4년 전 기대.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연이어 이들을 떠나 보낸 김 감독은 이용찬-홍상삼-서동환 트리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시선은 4년 전 시즌 초반과도 같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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