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가 있다. 투박함, 꾸미지 않음, 솔직함 등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들이다.
끊임없이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연예인들은 1년 365일 자신을 가꾸고 포장하는 게 일이다. 실제보다 더 그럴싸한 인간으로 보여야 하는 직업, 울고 싶어도 웃어야 하는 직업이기에 솔직하고 소탈한 성정은 때때로 독이 된다.

그런데 황정민의 경우는 ‘꾸미지 않은’ 본연의 모습이 더 정겹다. 연예인다운 완벽한 모습이 아니어도, 패셔너블하지 않아도, 그럴 듯한 말로 팬들을 감동케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호감을 느낀다.
오히려 이 같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 좋아 보인다는 이들이 많다. ‘연예인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황정민이 보여준다는 거다.
이런 가운데 비슷비슷한 수상 소감 속에서 진심이 담긴 그의 메시지는 모두를 감동케 했다. 지난 2004년 11월 29일 열린 ‘제2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너는 내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황정민은 이른바 ‘밥상 소감’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당시 “나에게도 이런 좋은 상이 왔다. 항상 마음속에서 생각하고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는데 하나님께 제일 감사드린다. 사람들에게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나를 소개한다. 60여 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죄송하다. 트로피의 여자 발가락 몇 개만 떼어가도 좋을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파트너였던 전도연에게는 “항상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를 설레게 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할 수 있게 해준 전도연 씨에게 감사드린다. 너랑 같이 연기하게 된 건 나에게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어”라며 상대 배우를 치켜세웠다. 그의 따뜻한 소감은 이후 여러 배우들을 통해, CF를 통해, 개그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그의 수상 소감이 패러디 됐을 정도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황정민의 인간적인 면모에 더해 카멜레온 같은 캐릭터 소화력은 그에게 ‘진짜 배우’라는 타이틀을 쥐어주게 한다.
같은 형사 연기만 해도 ‘사생결단’과 ‘부당거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의 그 모습이 전차만별이듯 장난기 넘치는 탐정(그림자 살인), 엉뚱한 소시민(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착한 우체국 직원(그저 바라보다가), 절절한 로맨티스트(너는 내 운명), 눈먼 검객(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등 그 어떤 모습도 어색하지 않게 천의 얼굴로 관객들을 만나왔다.
그런가 하면 작품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도 가히 프로답다. 한 예로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모비딕’을 위해 황정민은 한 달 간 모 신문사에서 기자체험을 했다. 또 영화 배경이 1990년대 초반인 만큼 당시 사회부에 소속됐던 기자들을 만나 조언을 듣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까닭에 그를 잘 아는 이들 사이에서는 황정민을 ‘황배우님’이라 칭한다. 보다 좋은 연기를 위해 고민할 줄 아는 ‘좋은 배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모비딕’은 사건을 조작하는 검은 그림자, 목숨을 걸고 도망친 내부 고발자,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는 열혈기자의 숨 막히는 진실공방전을 담은 대한민국 최초 음모론 영화다. 오는 9일 개봉 예정이다.
rosec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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