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LG, 지금이 가장 큰 고비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6.04 07: 03

1위 SK 와이번스를 불과 두 경기 차로 뒤쫓고 있는 2위 LG 트윈스 박종훈(52) 감독이 "지금 올 시즌 우리 팀에 세 번째 위기가 왔다. 지금이 가장 큰 고비"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8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렀던 LG. 2010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후 4강 팀들이 가을야구를 할 때 남해와 진주에서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11월에는 50일 동안 미국 플로리다 훈련을 떠났고, 1월에는 8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스프링캠프지로 날아갔다. 엄청난 훈련을 통해 땀을 흘린 덕분일까. 4일 현재 29승22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5월 6일 2위로 도약 후 한달 가까이 2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2위에 올라 꾸준히 유지하기까지 결코 쉬운 경기는 단 한번도 없었다. 먼저 박 감독은 지난 4월 22일 잠실 KIA전을 승리한 뒤 "지금 LG는 위기다"고 처음으로 '위기'라는 말을 꺼냈다. 그것도 승리 직후에 위기라는 마을 꺼내 의아했다. 두 번째 위기는 5월 15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3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세 번째 위기론이 대두됐다.

그렇다면 박 감독은 매 순간 어떤 점을 근거로 위기라는 말을 꺼낸 것일까.
▲첫 번째 고비-4월 22일 잠실 KIA전 승리 후
LG는 지난달 22일 잠실 KIA전에서 선발투수 김광삼이 6⅔이닝을 1실점 호투로 2-1로 신승을 거뒀다. 그러나 박 감독은 승리 후 기자들과 만나 "선발 김광삼이 잘 던져줬고, 어려운 상황 속 승리를 거둬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박종훈 감독은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상대 좌완 선발의 잦은 등판으로 인한 플래툰 시스템 활용의 후유증을 들었다.
이때 LG는 정성훈이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내야수 김태완이 훈련 도중 왼쪽 종아리 근육통으로 2군에 내려간 상태였다. 불펜에서 롱릴리프로 활약이 기대됐던 한희도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 제외됐다. 또 LG는 이때까지 17경기 가운데 좌완 선발과 맞대결이 9차례나 됐다. 'LG 킬러'라고 알고 있는 류현진(24, 한화), 김광현(23, SK), 차우찬(25, 삼성), 장원준(26, 롯데)에 이혜천(32, 두산)과 트레비스 블랙클리(29, KIA)까지 나왔다. 김광현은 LG를 겨냥해 두 차례나 등판했다.
그러나 이후 사직 롯데전에서 2승1패를 거둔데 이어 잠실 넥센전에서도 1승1패를 거두며 위기를 벗어났다. 승패보다 팀 분위기가 살아났다는 점이 박 감독으로 하여금 위기 극복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박 감독도 "위기 속에서도 확 무너지지 않았다. 연패 속에서도 하겠다는 의욕이 강했다. 게임의 집중력도 높았다. 잘 버텨 내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두 번째 고비-5월 15일 목동 넥센전
박 감독은 지난달 15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또 다시 위기론을 꺼냈다. 두 번째 위기론은 마무리 김광수의 부진에 따른 2군행,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손목 부상과 우익수 이진영의 어깨 부상에서 나왔다.
당시 김광수는 16경기에 등판해 1승2패 6세이브 2홀드를 기록하면서도 불안한 모습을 계속 보여줬다. 피안타율이 무려 3할3푼9리, 이닝당 주자 허용이 2.15나 됐다. 이진영 역시 왼쪽 어깨를 펜스와 충돌하며 14일 김광수와 함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마무리 김광수의 자리는 신인 임찬규가 3일까지 3세이브를 올렸고, 김선규 역시 2세이브를 올리며 뒷문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위기를 통해 임찬규와 김선규를 재발견했다. 오지환의 자리에서는 윤진호가 수비에서 만큼은 120%로 제 역할을 해냈고, 양영동도 1군에 올라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LG는 이후 광주 원정 3연전에서 1,2차전을 완패하며 박 감독은 "내가 자만해서 팀을 어렵게 만들었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LG는 3차전에서 양현종을 무너뜨리며 단번에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주말 롯데와 잠실 2연전을 승리한 데 이어 두산을 상대로도 위닝시리즈를 장식하며 슬기롭게 극복했다.
▲세 번째 고비-6월 3일 사직 롯데전
박종훈 감독은 3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또 다시 "위기"라는 말을 꺼냈다. 박 감독은 특별히 많은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표정은 심각했다. 이번 위기도 주전 선수들 부상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LG는 4일 현재 주전 선수들 4명이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이중에서 두 명은 시즌 복귀가 어렵다는 시선이다. 먼저 테이블세터인 이대형과 이진영은 동반 부상을 당했다.
이진영은 5월 13일 넥센전에서 다친 것이 아직까지 회복이 안 됐다. 복귀 시점은 이달 말 정도다. 이대형도 지난달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왼 어깨를 다쳤다. 괜찮을 것 같은데 어깨 통증으로 송구에 어려움을 느껴 선발 출장이 불가능한 상태다. 테이블세터가 사라지면서 나머지 타순도 연쇄적인 약화를 가져왔다.
봉중근과 오지환은 시즌 복귀가 어려운 상황이다. 봉중근은 미국 조브클리닉에서 뼛조각 제거 수술과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오지환도 왼 손바닥과 손목 부상으로 시즌 복귀가 쉽지 않다.
박 감독은 또 타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는 대신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1일 잠실 KIA전에서는 7안타 1득점, 2일 KIA전에서도 8안타를 치고도 한 점을 뽑아내지 못했기에 박 감독으로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LG는 3일 사직 롯데전에서 15안타를 폭발시키며 7-5로 승리를 거뒀다. 비록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아직까지 타선의 집중력이 부족하다. 주루 플레이에서도 집중력 부재를 확인할 수 있는 플레이가 종종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LG는 KIA와 경기 전후로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롯데와 경기를 통해서 위기를 탈출했다. 올 시즌 KIA전 3승6패, 롯데전 7승2패 성적표가 이를 증명한다. 롯데와 남은 2연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위기일지, 아니면 위기 극복이 될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