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떠나는 데폴라, "팀과 팬들에게 미안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04 11: 45

오는 이가 있으면 떠나는 이도 있다.
한화는 지난 3일 '멕시칸 거포' 카림 가르시아 영입을 확정했다. 가르시아가 영입됨에 따라 2년차 외국인투수 훌리오 데폴라(29)의 중도 퇴출도 공식화됐다. 지난달 3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데폴라는 이미 퇴출 수순을 밟고 있었다. 2군 선수단에도 합류하지 않고 짐을 꾸릴 준비를 했다. 데폴라는 신변정리가 마무리되는 다음주 내로 고국 도미니칸공화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 2년차 왜 실패했나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화에 입단해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데폴라는 선발·중간·마무리를 오가며 41경기에서 6승12패3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했다. 가공할 만한 구위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사실 한대화 감독이 원한 건 아니었다. 더 좋은 외국인 투수를 바랐지만 구단에서 데리고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는 몰라보게 향상된 모습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한 감독은 "그 때만 하더라도 데폴라가 큰 일을 낼 줄 알았다"고 했다. 그만큼 구위와 제구가 좋았다. 류현진과 원투펀치를 이룰 2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두 자릿수 승수는 물론 최대 15승까지 기대치가 높아져 있었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이상하리만큼 일이 풀리지 않았다. 최고 152km 강속구를 뿌릴 정도로 좋은 공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한 감독은 "데폴라 공은 알고도 치지 못한다. 그런데 그 좋은 공을 안 던지고 변화구만 던진다"고 지적했다. 데폴라의 곁에서 함께 한 오재진 통역원은 "데폴라가 지난해는 직구·투심·체인지업 위주로 던졌지만 올해는 백도어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겨울에 도미니칸 윈터리그에서 프란시스코 크루세타에게 배운 것이었는데 그게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생각보다 잘 되니까 고집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 달 만에 선발진에서 탈락했고, 이후 중간계투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17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5.48.
 
▲ 마음씨 착한 데폴라씨
강한 인상과 달리 데폴라는 착한 심성으로 소문이 났다. 오재진 통역원은 "외국인선수가 아니라 친구로서 데폴라가 떠나게 돼 진심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타고난 친화력으로 국내 선수들과도 허물없이 지냈던 데폴라였다. 그러나 그런 심성이 때로는 경기장에서 안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 혹여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면 타자에게 미안한 마음에 제대로 공을 뿌리지 못했다. 한대화 감독은 "너무 착해서 탈"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전 홈경기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할 정도로 친근하고 소탈한 데폴라의 모습은 팬들이 그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재미있는 사연도 많았다. 하루는 구단이 제공하는 차를 통해 이동할 일이 있었는데 경차였다. 데폴라는 "경차를 잘 가져왔다. 기름값을 아낄 수 있는 경차가 최고"라고 할 정도로 검소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에는 오재진 통역원과 목욕탕에서 함께 샤워를 하는데 오 통역원이 몸을 씻는 사이 켜져있던 샤워기를 직접 잠궜다. 그때 데폴라는 "물을 아껴라. 아이티에서는 물이 없어서 많은 아이들이 고생하는데 우리가 이렇게 물을 마구 써서는 되겠냐"고 나무랐다고. 그만큼 검소하고 마음씨가 착하고 깊었다. 그러나 프로는 마음씨로만 야구하는 곳이 아니었다.
▲ 팬들에게 미안할 뿐
데폴라는 "팀과 팬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오재진 통역원은 "며칠 전부터 본인도 느끼고 있었다. 곁에서 그런 모습을 보니 정말 짠하더라"고 했다. 데폴라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쇼핑을 하러 다니며 마음의 정리를 했다. 그는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뛸 곳은 많다. 어디서든 야구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미네소타 트윈스와 깊은 인연이 있는 데폴라는 그곳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 미네소타 구단 수뇌부가 데폴라를 아주 마음에 들어한다는 후문. 데폴라는 1999년 미네소타에 지명돼 프로에 입단했다. 메이저리그 데뷔도 미네소타에서 했다.
데폴라는 좋은 공을 갖고 있다. 구위나 몸에는 이상이 없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다만 한국에서는 운이 없었다. 한 번 일이 꼬이니 매듭이 풀리지 않았다. 오재진 통역원은 "운동선수의 운동은 '운(運)'이라는 의미인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워낙 공이 좋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데폴라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혹시 그곳이 한국일 가능성은 없을까. 최근 불거진 SK 이적설에 대해 한화 구단은 "SK로부터 공식 제의를 들어본 바가 없다"며 데폴라를 임의탈퇴 처리할 계획을 밝혔다. 당분간 한국에서 데폴라의 모습은 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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