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넥센, 훈훈함 가득한 '탈꼴찌 경쟁'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04 14: 26

"꼴뚜기 형한테 한 번 가볼까?"
지난 3일 대전구장. 넥센과의 홈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이 1루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담소를 나누다 원정팀 감독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2년 선배인 넥센 김시진 감독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한 달 전에만 하더라도 김 감독이 먼저 한 감독을 찾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한화가 5월 대반전으로 탈꼴찌에 성공한 반면 넥센은 5월 한때 8연패 수렁에 빠지며 최하위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지난달 6~8일 대전 3연전에서 두 감독은 두 번이나 만났다. 그때는 김 감독이 한 감독을 찾았다. 한 감독은 "넥센이 야구를 너무 잘 한다"며 부러워했고, 김 감독은 "한화도 분위기 타면 모른다"고 희망을 줬다. 그러자 한화는 곧 분위기를 타며 반전을 연출했다. 이제는 사정이 바뀌어 한 감독이 먼저 김 감독을 찾았다. 반대로 김 감독이 "요즘 왜 이리 잘하나"며 부러워했고 한 감독은 "그 마음은 내가 잘 안다"고 위로했다.

아예 못 만난 적도 있었다. 지난 4월26~28일 목동 3연전에서 한 감독은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형님, 지금 제가 불편하니까 경기장에서는 못 뵙겠습니다. 제가 꼴찌니까 이해해 주십시오"라고 미안함을 전했다. 김 감독은 "그럼 그럼 괜찮아. 힘내라"고 격려했다. 이번에는 한 감독이 김 감독을 위로했다. 김 감독은 "서로 안부를 묻고, 팀 이야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한화 성적이 안 좋았는데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며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화와 넥센은 시즌 전부터 강력한 2약 후보로 지목됐다. 이에 시범경기 때 두 감독은 "우리를 뭘로 보는가. 함께 의기투합 해야겠다"며 이를 갈았다. 시즌 개막 후 4월에는 한화, 5월에는 넥센이 차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즌 전 예상대로 한화는 7위, 넥센은 8위로 떨어져있다. 2약으로 처져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며 탈꼴찌 경쟁을 하고 있다. 아직 4강에 대한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르다. 팬들도 승패와 순위를 떠나 최선과 투혼의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경쟁을 하는 와중에도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넥센 베테랑 외야수 송지만에 대해 "요즘 잘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며 흐뭇해 했다.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 감독과 김 감독도 2년 선후배 사이로 현역 시절 국가대표로 인연을 맺은 절친한 사이. 한 감독은 김 감독을 "꼴뚜기 형"이라 부르고, 김 감독은 그런 한 감독에게 "선배한테 대드냐"고 구박을 주며 티격태격한다. 꼴찌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겨야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서로를 생각하고 격려하는 훈훈함이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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