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레스 왈론드처럼 다시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을 것인가. 두산 베어스의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페르난도 니에베(29)의 퇴출이 아닌 1군 복귀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4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페르난도에게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다만 다음에는 계투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범경기 2패 평균자책점 23.63의 부진한 모습으로 퇴출된 라몬 라미레즈를 대신해 한국 땅을 밟은 페르난도는 올 시즌 5경기 1패 평균자책점 9.68(4일 현재)로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남겼다.

지난 5월 28일 페르난도는 결국 2군으로 내려가며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필드서 열린 넥센 2군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7이닝 5피안타(탈삼진 7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구속은 151km.
그에 대해 김 감독 또한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다만 선발이 아닌 계투로서"라는 전제를 달았다. 계투라는 전제가 달렸으나 일단 퇴출이 확실시되던 페르난도가 2군 호투로 가느다란 희망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 왈론드의 경우와도 유사하다. 시즌 개막 직전 왼 팔뚝 부상으로 시작조차 늦었던 왈론드는 4월 한 달간 2경기 평균자책점 9.45로 구위와 제구 양 면에서 낙제점을 받고 2군으로 내려간 바 있다. 당시 김 감독은 "앞으로 왈론드는 쓰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선수로 교체할 뜻을 비추기도 했다.
그러나 새 외국인 투수 교체 작업이 지지부진했고 그에 따라 왈론드는 한 번 더 기회를 얻었다. 2군에서 6이닝 1실점투를 기본으로 펼친 왈론드는 이후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다시 살아났다. 시즌 성적은 7승 9패 평균자책점 4.95였으나 포스트시즌 그는 마당쇠 노릇을 하며 두산에 없어서는 안 될 활약을 펼쳤다.
현재 페르난도에 대해서는 이미 에이전트사인 옥타곤 월드와이드에서도 예의주시 중이다. 페르난도의 2군행 이후 옥타곤사는 그 즉시 전담 통역을 파견해 2군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전달함과 동시에 선수를 독려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자신들의 고객이 해외 무대에서 불명예 중도퇴출될 경우 이미지 악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1군 시절 페르난도는 독선적이라는 평까지 받으며 선수단 적응 면에서 안 좋은 평을 받았다.
그와 함께 페르난도는 2군으로 내려간 윤석환 투수코치의 조언 속 투구패턴과 팔스윙을 바꿨다. 체인지업이 아닌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택하는 동시에 팔스윙을 좀 더 간결하게 하며 좀 더 잡아채 긁어던지는 스타일로 변형한 것. 일단 2군 첫 선발 경기서는 성공을 거뒀다.
페르난도가 1군 복귀 후 계투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엄연히 1,2군은 차이가 있는데다 안정적 제구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결국 통타당하는 것이 1군 무대다. 다만 성공적으로 복귀할 경우 두산은 셋업맨에서 마무리로 이동하며 체력 소모가 극심했던 정재훈의 구위 소모를 막을 수 있다.
외국인 투수를 선발로 다시 복귀시키는 대신 계투 활용책을 택한 김 감독. 1년 전 왈론드와 유사하면서도 색다른 전략이 페르난도에게도 자존심 회복의 기회가 될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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