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놈 찾았어".
한화 한대화 감독이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암흑 같은 긴 터널에서 벗어나 봄날을 맞기 시작한 10년차 사이드암 투수 신주영(27) 때문이다. 신주영은 지난 2일 대전 삼성전에서 동점 상황에서 올라와 1점차 리드를 지키는 1⅔이닝 무실점 퍼펙트로 5년만의 승리투수가 된데 이어 4일 대전 넥센전에서는 2점차 상황에서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고 데뷔 첫 세이브까지 따냈다. 지난달 24일 1군 엔트리 등록 후 5경기-5⅓이닝 무실점 행진.
사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활약이다. 지난 2002년 청주기계공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할 때만 해도 유망주였던 신주영은 그러나 어깨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상무 군복무 시절부터 도진 어깨 통증으로 공을 제대로 던질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신주영을 한대화 감독은 주목하고 있었다. 2009년 말 사령탑 부임 후 어깨 통증으로 공도 던질 수 없었던 신주영을 하와이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어 함께 데려갈 정도였다.

그러나 어깨 통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고 지난해 시즌 종료 뒤에는 정리대상자 명단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한 감독의 눈에 다시 한 번 신주영이 밟혔다. 한 감독은 동국대 사령탑 시절 독하게 스카우트에 나섰는데 그때 주목한 고교선수 중 하나가 바로 신주영이었다. "그때 공이 참 좋았다. 빠른 공이 머릿 속에 남아있었다.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신주영에게 "올해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라며 손으로 목을 그어보이는 시늉을 했다. 신주영은 그런 한 감독을 바라보며 "네, 알고 있습니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재활을 마치고 2군에 합류한 신주영은 전문 마무리투수로 키워졌다. 8개의 세이브를 올린 것에서 나타나듯 2군에서 마무리로만 기용됐다. 선발이 아닌 중간-마무리로 특화시킨 것이다. 신주영은 "2군에서 마무리로만 뛰어 지금 상황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정영기 2군 감독, 송진우 2군 투수코치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2군 선수들의 상태를 보고받았다. 보여지는 기록뿐만 아니라 플레이 자체에 대한 상세 보고와 평소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에 대한 행실까지 물었다. 때마침 신주영에 대한 호평이 있었고 기회가 찾아왔다.
한 감독은 "신주영을 주시하고 있었다. 1군에 올라와 보니 하고 싶어하는 의욕과 생기가 보였다. 2군 코칭스태프도 신주영의 상태가 제일 괜찮다고 보고했다.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어 안달이 나있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패전 처리부터 기회를 줬다. 한 감독은 "편할 때 기회를 줬는데 나름대로 괜찮게 잘 던지더라. 자신감이 생길 때 일부러 뺐다. 혹여라도 맞으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며 "우리팀 비밀병기다. 언제 어떻게 꺼내들지 모른다"며 기대를 걸었다. 그리고 이제는 필승 카드로 떠올랐다.
정민철 투수코치도 "2009년 플레잉코치 시절 2군에서 (신)주영이와 땡볕에서 함께 훈련하며 '좋은 날이 오지 않겠냐'고 말하곤 했다. 그때는 그냥 하는 말이었는데 지금 이렇게 마운드에서 던지는 걸 보면 감개무량하다"고 기뻐했다. 신주영도 "기회를 주신 감독·코치님께 감사하다.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다치지 않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만 있다면 그걸로 행복하다"고 했다. 한대화 감독은 "신주영뿐만 아니라 다른 2군 선수들에 대한 보고도 계속 받고 있는 중이다. 누구든 신주영처럼 될 수 있다"며 2군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한화 마운드에 '신주영 효과'가 불어닥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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