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 효과인가.
넥센 유격수 강정호(24)에게 지난 열흘은 힘든 시기였다. 지난달 24일 목동 KIA전에서 강정호는 팀 분위기에 결정적인 찬물을 끼얹는 본헤드 플레이를 펼쳤다. 3-4로 뒤진 9회 1사 1루에서 주자로 있었던 강정호는 코리 알드리지의 유격수 뜬공 때 난데없이 2루로 걸어가듯 뛰다 더블플레이로 아웃당했다. 경기는 그대로 허무하게 끝났고, 넥센은 6연패를 당했다. 강정호는 다음날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김시진 감독은 "안이한 플레이는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며 질책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호의 1군 엔트리 제외를 두고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간판스타를 문책성으로 내려보낸 것이 당장 전력 손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구시대적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간판스타의 어이없는 플레이는 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SK 김성근 감독은 "2군이 아니라 3군에 가야 할 플레이였다"고 쓴소리를 날렸고,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때로는 그런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에서 1군 복귀전을 가진 강정호는 그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일단 얼굴이 검게 그을렸다. 2군은 오후 1시에 경기를 한다. 따가운 햇볕을 피할 곳이 없다. 2008년 이후 줄곧 1군에서만 뛰어온 강정호에게는 자극이 될 만했다. 1군에 합류한 뒤에도 그런 강정호에게 김시진 감독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전혀 안쓰럽지 않다. 얼굴이 검게 그을리니 오히려 남자답고 건강해 보인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타순도 달라졌다. 올해 강정호는 개막전부터 줄곧 4번타자로만 기용됐다.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김 감독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강정호가 4번"이라고 못박았다. 올해 41경기 중 38경기에서 4번타자로 기용됐다. 그러나 강정호의 방망이는 살아나지 않았고 덩달아 수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그래서인지 5번 타순으로 기용했다. 김 감독은 "다섯번째 타자"라며 강정호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강정호는 성공적인 1군 복귀전을 치렀다. 특히 0-3으로 끌려다니던 8회 1사에서 한화 필승카드 박정진의 2구째 가운데 높은 142km 직구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달 6일 대전 한화전 이후 29일 만에 터진 시즌 2호 홈런. 수비에서도 4개의 타구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안정감을 보였다. 까다로운 타구를 쫓아가서 잡자마자 러닝스로로 던지는 능력은 명불허전이었다.
2군에 내려가기 전 강정호는 "3할대 타율과 장타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다. 그 과정에서 아쉬운 플레이가 속출했다. 김 감독이 강정호를 2군으로 내려보낸 것도 본헤드 플레이 하나 때문이 아니었다. 그 이전부터 부담감이 심한 탓인지 집중력이 결여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열흘간 2군에서 심신을 추스르고 돌아온 강정호는 한층 강해져있었다. 일종의 성장통. 역시 넥센에는 강정호가 있어야 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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