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페르난도, 어떻게 쓸 것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05 10: 29

계속 활용하자니 그가 보여준 경기 내외적 모습이 아쉽다. 그렇다고 버리기는 외국인 선수 시장이 그리 풍요롭지 않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가 된 페르난도 니에베(29. 두산 베어스)에 대한 이야기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4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덕아웃서 씁쓸한 표정과 함께 "페르난도가 2군에서 잘 던졌다고 하니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자 한다. 다만 선발이 아닌 계투로서 활용이다"라고 밝혔다. 시범경기 부진으로 일찌감치 퇴출된 라몬 라미레즈를 대신해 두산에 입단한 페르난도는 올 시즌 5경기 1패 평균자책점 9.68(5일 현재)로 실망감만 안겨줬다.

 
지난 5월 28일 페르난도는 결국 2군으로 내려가며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필드서 열린 넥센 2군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7이닝 5피안타(탈삼진 7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구속은 151km.
 
그동안 체인지업을 고수하다 빗나가는 볼이 많았던 반면 2군에서는 직구-슬라이더 과감한 투 피치 스타일로 호투했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여기에 에이전트사인 옥타곤 월드와이드에서도 특별 통역관을 파견해 페르난도가 제 실력을 되찾는 데 힘쓰고 있다.
 
새 외국인 선수를 찾아볼 만도 하지만 여의치 않다. 사실 페르난도를 선택하기 전 두산은 2000년대 초반 볼티모어 에이스로 활약했던 멕시코 출신 우완 로드리고 로페스의 영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 측에서 무리한 금액을 요구한 동시에 현재 그의 보유권을 지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도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했다. 로페스는 두산 만이 아닌 다른 구단에서도 관심을 나타냈으나 잇달아 거절 의사가 날아들었다. 그 외 후보들은 한국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선수들 뿐.
 
결국 어쩔 수 없이 페르난도를 재활용해야 하는 입장의 두산이다. "앞으로 젊은 선발 투수들을 중용하겠다"라고 밝힌 김 감독은 페르난도의 선발 재투입 대신 계투로서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
 
마무리 임태훈이 전열 이탈하고 대체 마무리 정재훈의 연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페르난도가 계투로 제 역할을 해준다면 의외의 힘이 될 수도 있다. 여러가지 공을 보여줘야 하는 선발과 달리 계투는 확실한 결정구 2개로도 승산이 있는 보직이기 때문이다. 만약 페르난도가 계투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마무리로 활용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김선우-더스틴 니퍼트 선발축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현재 두산에 가장 필요한 보직 중 하나는 뒷문지기다. 150km 이상의 빠른 직구와 특이한 슬라이더를 보유한 페르난도가 '미운오리'에서 의외의 '백조'가 될 수 있을까.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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