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야구' 넥센에 또 하나의 대어가 탄생했다.
대졸신인 언더스로 김대우(23)가 괴물 잠수함으로 떴다. 김대우는 지난 4~5일 대전 한화전에서 데뷔 첫 1군 마운드에 올라 2⅔이닝 동안 볼넷 하나를 허용했을 뿐 탈삼진 7개를 잡아내는 괴력으로 야구판을 깜짝 놀래켰다. 9타자를 상대로 무려 7개의 탈삼진이라는 가공할 만한 비율을 과시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괴물 잠수함의 깜짝 등장에 야구팬들을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팬들만큼 김대우도 스스로에게 놀랐다. 도대체 과연 그는 누구일까.
▲ 9라운드 67번

김대우는 무명이었다. 서울고-홍익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67번이라는 후순위에 지명됐다. 고교 시절에는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고, 대학에서는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 그를 넥센은 주목했다. 김시진 감독은 지난 겨울 마무리훈련에서 목동과 강진으로 멤버를 나눴다. 그때 김대우가 속한 그룹은 강진이 아니라 주력 선수들이 있는 목동이었다. 김 감독은 "볼 빠르기보다 시원시원하게 던지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김대우에 대한 첫 인상을 떠올렸다.
비록 스프링캠프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2군에서 꾸준하게 담금질했다. 김시진 감독은 2군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김대우를 최대한 많은 등판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감독은 "2군에서 자신있게 상대 타자와 붙으려 달려들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중간으로 많이 던지면서 준비시켜 놓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2일 사직 롯데전부터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김대우는 "부산에서 꽉찬 관중석을 보니 마운드에 올라가고 싶었다"고 했다. 4일 대전 한화전에서 데뷔 첫 등판을 가진 그는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진 건 처음이었다. 기분 좋은 떨림과 설레임을 느꼈다"고 웃어보였다.

▲ 와타나베를 떠올리다
김대우의 데뷔전은 충격적이었다. 1-3으로 뒤진 8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대우는 1군 데뷔전에서 맞이한 첫 타자 4번 최진행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정원석과 김경언까지 차례로 헛스윙 삼진시켰다. 최고 구속 139km밖에 되지 않는 공이 땅 아래에서 스트라이크존 좌우 구석구석을 콕콕 찔렀다. 공 11개로 3타자 연속 탈삼진. 이날 경기는 한화가 이겼지만 주인공은 김대우였다. 한화 덕아웃에서는 "대체 김대우가 누구냐. 포스가 정말 대단하다"며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대우는 "상대 타자가 강할수록 그게 더 재미있다. 맞아도 잘치는 타자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던졌다"며 "떠는 것을 즐긴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다리가 후들후들하는 그런 긴장되는 순간이 재미있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김대우에 대해 김시진 감독은 "성격도 좋다. 씩씩하게 던지는 게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 했다.
김대우의 강점은 거의 땅을 훑을 듯한 릴리스포인트에서 찾을 수 있다.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와타나베를 보는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서 뛰고 있는 와타나베 슌스케는 땅을 긁을 정도의 낮은 타점에서 나오는 극잠수함 투수로 유명하다. 김대우는 "고교 2학년 말부터 사이드암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이드암이었는데 어느 날 이승엽 출전 경기에서 나오는 와타나베를 보고 장난으로 팔을 더 내려봤다. 그러니까 볼이 더 좋다고 해서 그때부터 완전한 언더스로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김시진 감독도 "(김)대우는 사이드암이 아닌 완전한 언더스로다. 볼이 아래에서 더 솟구쳐 올라 더 빨라 보인다"며 그의 희소성을 높이 평가했다. 김대우도 "희소성이 있으면 좋지 않겠나. 언더스로를 하면서부터 희소성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 보석이 되어가는 원석
김대우의 등장에 많은 이들이 여기저기서 "왜 저런 선수가 그동안 보이지 않았느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대우는 "나는 입단할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해도 롯데 김대우와 방자전을 만든 영화감독 김대우만 떴다. 아무도 모르는 무명에서 갑자기 뜨니까 부담이 되는 건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고 2학년 때까지 야수로 뛰었고, 투수 전향 뒤에는 동기 임태훈(두산)과 1년 후배 이형종에 가렸던 김대우였다. 동기가 프로에서 신인왕을 차지할 때 그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대학에서 땀을 흘렸다. 그리고 프로 입단 후에도 2군에서 조정기간을 거쳤다. 그렇게 원석은 보석이 되어갔다.
김대우는 "고교 때는 뒤늦게 투수로 전향해서 기회가 많지 않았다. 팀에 에이스 투수들도 많았다"며 "오히려 대학에 가서 많이 던진 게 내게는 도움이 됐다. 2군에서도 많이 던지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손)승락이형처럼 앞으로 1~2이닝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마무리투수가 되고 싶다. 비록 지금 우리팀이 밑에 있지만 원래 영웅은 처음부터 영웅이 아니었다고 한다. 영웅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나도 계기가 되어 히어로즈가 영웅이 되는 날까지 팀에 공헌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히어로즈가 영웅이 되는 그날, 김대우의 가슴 앞 유니폼에는 반드시 히어로즈라는 팀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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