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후배들이 많이 물어본다".
한화 '스나이퍼' 장성호(34)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후배들 때문이었다. 그는 "요즘 후배들이 이것저것 많이 물어본다. 그때 그때 상황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을 많이들 묻고 있다. 내가 코치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 함께 생각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5월부터 이어진 한화 상승세의 보이지 않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기둥 노릇을 하고 있는 장성호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대화 감독이 많은 시간과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장성호를 트레이드로 데려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 감독은 장성호에게 "베테랑으로서 팀의 모범이 되어달라"고 주문했다. 9년 연속 3할 타율을 친 대타자답게 타석에서 투수와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런 선배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이 많이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장성호는 실력으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강석천 타격코치도 장성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 코치는 "장성호는 우리팀에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타석에서 노림수를 갖는 것이나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경기할 때 집중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인다. 고참이 열심히 하면 후배들은 당연히 따라오기 마련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우리팀에서는 장성호처럼 모범이 되는 베테랑 선수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장성호는 경기 전 연습을 마치면 후배들이 보이지 않게 혼자서 흩어진 볼을 일일이 허리 숙여 줍는다. 공을 줍는 일은 보기보다 훨씬 힘든 허드렛 일이다. 훈련이 종료되면 상당수 선수들이 뛰어나와 함께 볼을 줍는다. 베테랑이 되면 자연스럽게 손을 뗀다. 하지만 장성호는 그렇지 않다. 그는 "그냥 줍는 것이다. 내 훈련이 끝나고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강석천 코치는 "그 나이에 혼자 볼 줍는 선수는 내가 알기로 없다"고 했다.
장성호는 "결국 야구를 잘 해야 후배들이 따라온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장성호는 올해 37경기에서 122타수 37안타 타율 3할3리 4홈런 1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 팀 내 유일한 3할 타자일뿐만 아니라 안타만큼 많은 사사구(31개)로 출루율은 4할4푼4리에 달한다. 득점권에서도 33타수 11안타로 타율이 3할3푼3리. 시즌 초반 17경기에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승타는 4개로 최진행·강동우와 함께 팀 내에서 가장 많다. 그 중 3개가 바로 결승 홈런이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제도권 진입까지는 14타석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장성호는 개인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기록보다는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팀이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IA의 암흑기 시절을 겪어본 그에게 팀 성적이 의미하는 바는 남다르다. 더 이상 암흑기 팀의 리더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는 "카림 가르시아가 합류하게 되면 타점 능력이 좋아질 것이다. 뒤에 (최)진행이와 가르시아가 있기 때문에 내가 앞 타석에서 더 집중해서 많이 출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뤄진다면 한화 클린업 트리오는 8개 구단 최고가 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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