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가이', '발 씻겨주는 남자', '요리 잘 하는 남자'..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생각들은 대부분 달콤 말랑한 것들이다. 여성에게 최고의 만찬을 차려주고 기분 나쁜 상황에서도 부드러운 웃음을 날려 줄 것 같은 알렉스는 하지만 이런 생각에 "언제나 그럴 수는 사람은 없다"라고 시크하게 말했다.
3년만에 가수로 컴백한 그의 외모를 보고 있자니 부드러운 남자보다는 '마초맨'이 어울린다. 전에 본 적 없는 파격적인 헤어스타일, 적당히 울퉁불퉁한 팔 근육과 논리적인 말투와 조리있는 생각이 후라이팬에서 달달 맛있는 재료들을 볶는 모습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변화무쌍한 인물.

지난 2일 새 앨범 '저스트 라이크 미(JUST LIKE ME)'를 발매한 알렉스는 물론 그간 틈틈히 음악작업을 해 왔지만 3년여만에 공식적으로 가수로 돌아왔다. 연기자이기도 한 그는 최근 KBS 1TV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로 시청자들을 만나왔다. 극중 푸근한 쌍둥이 아빠로 분했던 알렉스지만 가수로 돌아온 알렉스의 모습에서는 쌍둥이 아빠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이번 앨범 역시 알렉스의 이미지로 대변되는 로맨틱함과 부드러움 뿐만 아니라 남성적인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트랙들로 가득 차 있다. 현빈, 탕웨이가 주연해 화제를 모은 영화 '만추'의 OST '되돌릴 수 있다면'을 포함해 국내 가요계를 대표하는 뮤지션인 김동률을 비롯해 클래지콰이의 리더 김성훈(DJ Clazzi), 러브홀릭스의 강현민과 이재학, 심현보까지 다양한 국내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파격 헤어스타일이 놀랍다
▲ 탈색 4번에 염색 2번을 했다. 두피가 고생했다. (변신 이유는?) 드라마를 워낙 오래했고, 또 인기가 있어서인지 드라마를 하는 중에 노래를 하러 가면 다들 드라마 캐릭터와 나를 연관지어 생각하시는 거 같더라. 진짜 쌍둥이 아이들 보다가 노래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아 드라마가 끝나면 파격적인 걸 하자란 생각이었다. 이 헤어스타일이 너무 편하고 좋더라. 이마를 깐 적이 없으니까 새롭다.
-날렵해 보인다.
▲ 3~4kg가 빠졌다. 세상에서 다이어트가 제일 쉽다.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살 빼야하면 금방 뺀다. 이러다가 한방에 훅 갈 것 같기도 하고 하하. 드라마를 할 때는 아무래도 캐릭터 이미지에 맞춰야 하니까 라면 먹고 싶으면 먹고 과식하고 싶으면 그렇게 했다. 부으면 어때란 생각으로. 고시생 같아 보여야 하니까 머리도 안하고 머리를 감고 그냥 나와 자연스럽게 마른 채로 연기했다. 메이크업도 역시 간단하게 했고. 드라마 끝날 때쯤 되니까 좋은 얘기인지 모르겠는데 '이젠 노래하는 사람 안 같고 연기자 같다'란 말을 하시더라. 역할을 맡은 사람한테는 기분 좋은 얘기다.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난 가수니까 또 금방 벗어나야 하는데, 이대로 앨범 활동을 하면 안되겠구나, 란 생각에 살 빼고 운동했다. 코디들이 운동을 단시간에 빡세게 하니까 옷이 다 안 맞아 운동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 일일드라마를 끝냈다
▲ 진짜 안 끝날 것 같았다.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쌍둥이들이 정말 내 자식처럼 커서 결혼하고 그럴 것 같았다. 왜 모든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하다고 하는데 난 그냥 시원하다. 섭섭하다는 것은 미련도 남고 딱 안 찼아서 아쉬움도 남고 그래야 느끼는 것인데, 우리 드라마는 잘 될만큼 잘 돼서 사랑받고 끝나서 시원하다. 나 상대로 고생도 많이 했다.
-가수들이 유난히 많은 드라마였다.
▲ 연기에 익숙치 않은 젊은 친구들 몇명이 있었다. 처음에는 걱정도 했는데, 주연이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진짜 자기 캐릭터처럼 잘 하더라. 젊은 애들이라 그런지 빠르다. 내가 가장 오빠 형인데 실제로 있으면 내가 제일 촐싹맞다고 할 거다. 애들한테 '너희는 이 드라마 끝나고 나서 정말 잘 될거다'라고 했다. 장우 같은 경우는 CF도 많이 찍고 '우결' 후배이기도 하다. '인디아나 장우' 별명을 갖고 있다.
- 앨범 만족도는?
▲ 앨범 들으면 들을 수록 수정할 게 많아진다. 늪에 빠지니까 딱 끝날 지점에서 안 하는 편이다.
- 김동률과 잘 맞나?
▲ 호기심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고 하고 어느 정도의 욕심이란 것도 삶에 좋은 에너지를 주니까. 동률이 형은 자기의 호기심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아는 사람이다. 피를 깎는 듯 힘든 앨범을 하고 나서 떠난다. 여행 가서도 사진도 추억도 남기고 여행을 곡으로도 푼다. 확실히 재미있다. 소심하고 웃기다. 반대로 정재형 형은 대범한 면이 있다. 동률이 형은 잔잔함이 더 있는 사람이다. 지나치게 다운되고 차분하지는 않다. 동률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난 전람회의 노래 중 '취중진담'보다는 '새'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만들게 됐냐고 물어보니 동률이 형이 예비군 보초 서는데 비행기가 위로 지나가더란다. 그런 것 보고 만들었단다. 음악적인 사람이 그런 위트를 갖는 것은 그만큼 음악을 즐기는 거다. 결코 본인이 상업화되지 않더라도 팬들이 존재하더라도 그렇게 음악을 순수하게 쓸 수 있는 구나, 란 생각이 든다. 늘 동률 형 같은 선배들을 보면 '나중에 나도 음악을 저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든다.
- 이번에는 직접 작사한 곡이 없는데 이유가 있나?
▲ 내 것이 쉽게 소진된다는 느낌도 들었고, 늘상 외롭고 슬픈 사람은 없지 않나. 이번에 가사를 안 쓰게 된 것은 시간이 없었다기 보다는 좀 내 얘기를 전할 때 나에 대한 생각이나 이미지 때문에 노래가 안 받아들여 지는 게 싫었다. 내 얘기를 너무 많이 넣는 것에 소진됐나고나 할까. 조금 내 얘기는 숨기고 음악을 하는 사람의 감성을 갖고 노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란 생각을 했다. 대신 가사를 이런 식으로 써달라는 주문을 많이 했다. 앨범은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공연' 큐시트 같다.
- 얼마 전 공개한 여자친구와는 어떤 연애를 하나?
▲ 여자친구가 그런다. 장난처럼 내가 대국민 사과를 해야한다고. 어떤 사람도 늘상 발을 닦아주고 저 녁을 먹을 때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주고 항상 차려입고 만나지 않는다. 나도 집에 늘어져 있기도 하고 빈틈도 많다.
nyc@osen.co.kr
<사진> 플럭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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