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나면 담백한 우동 한 그릇을 먹고 난 것 같은 토크쇼 '승승장구'가 조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화요일 밤 절대 강자일 것만 같던 SBS '강심장'이 자극적이고 정신 없는 토크로 안방을 지치게 한 사이, KBS 2TV '승승장구'가 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조급한 마음에 무리수를 두거나 시청률 걱정에 아둥바둥댄 적도 없다. 그저 걸어오던 길을 걷던 그대로 묵묵히 지나온 '승승장구'는 마침내 시청자들에게 그 뚝심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매회 십 수명의 다양한 게스트, 눈물 콧물 쏟게 만드는 파격 토크가 펼쳐지는 '강심장'이 마치 해물 짬뽕 같다면 '강심장'은 맑은 우동과도 같다. 이는 '승승장구'가 세월을 지나오며 결국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성공한 비결이다. 튀지 않지만 구수하고 담백한 그 맛이 한결 같다는 매력이다.
물론 평균적으로 따져볼 때 아직도 '강심장'의 시청률에는 상당히 못 미치지만 최근 2주간 방송분에서는 '강심장'과의 시청률 차이를 1.0%이내까지 급격히 좁히기도 했다. 그것도 톱스타나 아이돌 보다 인지도가 약한 심리학 박사 김정운 교수와 감초 배우 안내상을 게스트로 앞세워서 말이다.
천하의 강호동 이승기가 투톱 MC로 포진하고 하의실종 걸그룹 아이돌, 성대모사 장기를 든 개그맨들, 폭탄고백을 서슴지 않는 톱스타들이 줄줄이 나오는 '강심장'이 더욱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임은 분명할 터. 하지만 '승승장구'에는 중년의 배우가 자리해 너털 웃음을 짓기도 하고 야구 감독이나 심리학 박사처럼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스트가 나와 잘 모르는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소위 말해 최근에 가장 핫한 아이돌 혹은 톱스타가 나와 자신들의 작품이나 음악을 얘기하고 충격 고백을 털어놓는 일은 보기 드물다.
그래서 얼큰한 짬뽕처럼 강렬하고 짜릿한 맛은 내지 못하더라도 따뜻하고 담백하며 깊이 있는 국물 맛을 내는 우동 같은 토크쇼란 얘기다.
'승승장구'의 윤현준 PD는 게스트 섭외에 대한 뚝심을 고수한다. 지난 해 2월, 출범 초창기부터 대세를 따르기보단 게스트의 됨됨이, 인물의 매력에 포인트를 줬던 그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나 첫 방송을 앞둔 드라마의 주연 배우들이 '승승장구'를 찾는 일도 그리 잦지 않다. 윤PD는 "홍보성 게스트를 절대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인물의 인생사나 연예인으로서의 삶이 일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간적 사연이 담겨있는지를 따진다"고 설명했다. 제 아무리 잘 나가는 배우라고 해도 인간미 넘치는 토크를 꺼낼 수 없다면 '승승장구' 섭외 대상으로는 불합격이란 얘기다.
김승우라는 어설픈 초보 MC를 내세워 별다른 극약 처방 없이 보내온 세월이 벌써 1년 반이 다 되어간다. 그간 '승승장구'는 더욱 따뜻하고 깊어진 국물 맛을 내는 토크쇼가 되었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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