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프로야구에는 깜짝 스타들의 향연이었다. 한화에서는 10년차 신주영, 넥센에서는 무명 신인 김대우가 나란히 등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2군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들은 보란듯 기회를 움켜잡았다. 프로야구는 스타를 먹고 산다. 신주영과 김대우라는 새로운 스타들의 위대한 탄생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리빌딩하고 있는 한화와 넥센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한화와 넥센은 시즌 전부터 유력한 2약 후보로 지목됐다. 기본적으로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할수록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화와 넥센은 올해 1·2군 엔트리 변동이 가장 많은 팀들이다. 부상선수에 따른 것도 몇 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순수한 선수이동의 의미였다. 누구에게든 1군의 기회가 열려있고, 2군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2군에는 희망감, 1군에는 긴장감이 공존하고 있다. 1군과 2군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의 팀으로 연결짓고 있는 것이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2군을 주시하고 있다. 매일 2군과 전화통화를 하며 보고를 받고 있다. 기록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컨디션과 평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보고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주영이 그런 케이스를 통해 빛을 본 경우다. 한 감독은 "2군에서도 신주영이 의욕 넘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볼도 좋다고 해서 올려봤는데 직접 보니 얼굴과 행동에서 하고자 하는 생기가 보이더라"고 설명했다. 신주영은 1군 등록 후 6경기에서 1승2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 중이다. 등번호처럼 '더블제로' 행진이다.

넥센 김시진 감독도 "2군 담당코치들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가능성있는 선수들의 경우에는 특별대상으로 분류한다. 김대우가 그랬다. 2군에서도 전문 마무리로 특화시켜 준비해 놓았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훈련 때부터 가능성이 보였고, 2군에서 김대우를 많이 던지도록 시켰다. 2군에서 자신있게 타자와 붙으려든다는 보고를 받고 올렸다"고 설명했다. 김대우는 지난 주말 2경기에서 2⅔이닝 7탈삼진 무실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 감독은 "누구에게나 전부 가능성이 있다. 못한다고 계속 못하고, 잘한다고 계속 잘하는 법은 없다. 1라운드 지명이 성공하고 후순위 지명이 실패한다는 게 어디있나. 누구든 노력하면 기회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그 예가 바로 올해 신고선수로 들어온 포수 허도환이다. 구단 관계자는 "누가 보면 보조 요원으로 착각하겠다"고 할 정도로 93번이라는 등번호부터 그렇다. 하지만 정식선수 전환이 가능한 6월1일부터 1군에 올랐고, 지난 2일 사직 롯데전에서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김 감독은 "다른 포수도 있었지만 허도환이 가장 열심히 한다길래 올렸다. 신고선수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한대화 감독은 "2군에 희망을 주는 게 중요하다. 선수는 하고 싶어하는 의욕과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정진과 신주영처럼 방출자 명단에 넣었다 빼는 작전을 자주 쓸까보다"며 껄껄 웃었다. 박정진과 신주영 모두 정리대상자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이었지만, 한 감독이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 지금의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와 달리 한화는 1·2군 소통이 활발하다. 정영기 2군 감독은 일주일의 마지막인 일요일 원정경기가 끝나면 한걸음에 대전구장으로 달려온다. 경기 뒤 한 감독과 2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그들의 리빌딩이 희망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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