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언이는 비상이지 비상".
한화 한대화 감독이 한 선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마디했다. 11년차 외야수 김경언(29). '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의 영입으로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선수다. 주전 외야 한 자리를 맡고 있던 김경언에게 거포 외야수 가르시아의 가세는 직격탄이 아닐 수 없다. 한대화 감독은 "김경언이 비상이다. 그래서 요즘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며 경쟁 체제가 불러온 자극 효과에 흐뭇해 했다.
김경언의 가슴 속이 갑갑해진 건 사실이다. 그는 "외국인선수가 내야수로 올 줄 알았는데 외야로 오게 돼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며 "가르시아가 오게 되면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니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가르시아에게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가르시아의 합류를 고대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김경언은 그와의 경쟁을 선언했다.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1년 2차 2번 전체 15순위로 해태에 지명돼 프로에 데뷔한 김경언은 지난해 6월 KIA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KIA에서는 자리가 없었지만 한화에서는 기회가 주어졌다. 올해도 시범경기에서 타격 2위(0.441)에 오르며 존재감을 떨쳤고 시즌 초반 3번타자로 기용됐다. 한 감독은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자질이 있는 선수였다. 그런데 KIA에 자리가 없어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4월말부터 슬럼프가 찾아왔다 5월 중순 2군에도 다녀왔다. 한대화 감독은 "체력이 떨어져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시 1군에 올라온 뒤부터 달라진 모습이다. 1군 복귀후 6경기에서 17타수 6안타 타율 3할5푼3리 2도루를 기록 중이다. 9회 2사 후 땅볼을 치고도 1루로 전력질주해 세이프될 정도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2군에서 훈련을 많이 소화한 게 도움이 됐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의욕을 잃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은 "가르시아를 어떻게 기용할지 결정하지 않았다. 정원석의 팔 상태가 나아지면 가르시아를 지명타자로 기용할 수도 있다. 야구에는 답이 없다"며 외야뿐만 아니라 전 포지션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김경언도 "외야수비는 내가 가르시아보다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한다. 타격이 문제인데 그래서 요즘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잘 쳐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요즘 홈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에 남아 스윙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가르시아 효과가 벌써부터 한화 팀 내에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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