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민의 베이스볼 다이어리]'맥주캔 투척 사건', 이종범만 잘못했나요?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6.08 07: 06

지난 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SK전 9회말 3-2로 KIA가 앞선 9회말 SK 공격이었는데요. KIA 우익수 이종범 선수가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박정권이 우측 담장을 맞힌 타구를 잡아 2루로 재빨리 처리, 2루타를 단타로 막아내는 환상적인 펜스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종범은 볼을 잡는 과정에서 외야 관중석 상단에서 날아든 맥주캔을 보고 순간 격분하고 말았습니다. 마침 올려다 보는 순간 눈이 마주친 관중과 고성이 오가는 언쟁을 벌였는데요. 이 과정에서 글러브를 집어 던질 듯한 위협적인 행위가 문제가 된다고 판단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경고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조사결과 이종범과 언쟁을 벌인 관중은 맥주캔 투척과는 무관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이종범은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했다. 순간적으로 격분한 것에 죄송하다. 그 장면을 지켜봤을 많은 시청자들과 팬들께 죄송하다. 고참 선수로서 물의를 일으킨 점 사과한다. 팬들께 사과하는 것이 후배들에게도 하지 말라는 당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거듭된 사과를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정금조 한국야구위원회 운영팀장은 7일 오후 OSEN과 전화통화에서 "올해 KBO가 시즌 초 혹시 모를 팬들과 충돌을 대비해 조심하라는 주의를 준 상태였다. 다분히 팬들 뿐 아니라 상대 선수 및 코칭 스태프에게도 자극적인 말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팬들에게 좋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경기 운영 위원의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걸 선수만 경고를 받고, 사과를 하면 넘어가도 되는 문제일까' 생각을 해봅니다. 사고는 팬들에 의해서 발생했는데 왜 선수만 잘못했다고 해야 하나요.
이번 사건은 야구 팬들이 생각하기에도 썩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야구장에 온 모든 팬들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 만취한 극소수의 팬들 때문에 야구장 문화 발전에도 저해하고 있습니다.
KBO도 이번 사건을 통해 팬들의 난동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 팀장은 "홈, 원정을 떠나서 경기장 내 선수단 안전은 필수적입니다. 경기장 안전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구단에 보고를 한 상태다. 홈구장 안전 규약에 대해서도 다시금 주의를 할 필요가 있으며 이제는 선수단 안전 문제도 중대하게 다뤄야 할 때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윈터미팅을 통해서 경기장 내 팬들의 경기 방해에 대해서 조금 더 심도 깊게 논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떻게 될까요. 먼저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이번 사건을 대입시킬 경우 폭행죄가 성립이 된다고 합니다. 지난 2000년대 초 미국프로야구(MLB) 뉴욕 메츠 직원으로 일하던 한국인 데니얼 김은 "일단 메이저리그에서는 홈팀이 모든 선수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이 LA 다저스 팬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도 있었다. 1999년 애틀랜타 마무리투수 존 로커에게 뭔가를 던진 팬은 곧장 경찰에 연행됐다"면서 "한번 블랙리스트에 오른 팬은 다시는 야구장 입장이 불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메이저리그에서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홈팀의 잘못이 인정되면서 처벌을 받는다"고 말한 뒤 "한국의 경우 이번 사건에서 SK 구단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일단 상대 수비를 방해하기 위해서 던진 적은 없었습니다. 지난 1992년 고시엔 고교야구 대회 때 마쓰이 히데키가 잘 쳤는데요. 2차전에서 5타석 연속 고의사구를 당했습니다. 5번째 타석 때 도시락, 쓰레기, 조그만 확성기(10cm 크기) 등을 던진 것이 유명한 그라운드 투척 사건입니다.
일본팀 중에서 지바 롯데와 세이부가 주로 던졌다고 합니다. 세이부 구단은 심한 사람은 퇴장시키고, 그 사람을 직원들이 사진을 찍어 야구장 출입을 하려고 할 경우 통제를 했습니다. 올 시즌에도 한신 팬들은 경기 중에는 안 던지고 경기 끝나고 던진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특별한 처벌은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 일본은 지난 2005년 경기장 약관 '7조에 구단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무조건 퇴장입니다. 10조에서도 '물건을 던질 경우, 위험한 행동을 할 경우 퇴장을 시킬 수 있습니다. 퇴장 지시를 안 따를 경우 경찰에 인계됩니다'고 정의를 해놓고 있습니다.
 
이날 KIA-SK전 해설을 맡은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일단 경기장에서 문제를 일으킨 팬은 끌어내야 한다. 경범죄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 과거에는 새총을 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행동들은 정말 위험하다. 미국이나 일본은 음식물 반입이 금지됐다. 맥주도 컵에만 판다. 선수가 플레이를 하는데 방해한다면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만약 맞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임용수 SBS 캐스터 역시 "야구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팬들의 가족, 오빠, 형, 동생이라면 과연 맥주캔을 던질 수 있을까요"라며 "가족이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가 가족이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야구장에 오신 팬들은 선수들을 보면서 즐거워합니다. 야구를 즐기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습니다. 다만 술은 조금만, 적당히 드시면 좋겠습니다. 선수도 사람이라는 점을 여러분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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