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울었다. 오심 때문이었다.
8일 잠실구장. LG가 6-5로 1점차 리드를 지키고 있는 9회 2사 3루에서 LG 투수 임찬규와 한화 타자 이대수가 5구까지 승부를 벌였다. 임찬규가 6구째 공을 던지려는 그 순간. 3루 주자 정원석이 홈을 향해 질주했다. LG 포수 조인성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을 요구했고, 임찬규는 급하게 홈으로 공을 던졌다. 정원석이 홈에서 쇄도하고 조인성이 막는 순간 구심을 맡은 박근영 심판위원은 곧바로 아웃을 선언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과 한화 코칭스태프가 득달같이 덕아웃에서 나와 항의했다. 항의의 요지는 보크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6구째 공을 던지는 순간, 임찬규는 세트포지션이 아니라 와인드업 자세를 취했다. 2사에 주자가 3루에 있기 때문에 세트포지션보다 공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와인드업을 취했다.

그런데 그때 정원석이 빈틈을 노렸다. 홈스틸을 감행한 것이다. 놀란 임찬규는 와인드업 자세에서 오른발 축이 투구판을 밟은 상태였지만 곧바로 오른발을 뒤로 빼고 송구 자세를 취했다. 한화 벤치에서 항의한 것은 홈에서의 아웃·세이프 여부가 아니라 임찬규의 보크에 대한 항의였다. 이미 임찬규가 공을 던질 때부터 보크였다는 것이다.
야구규칙 8.05(a)에 따르면 '투수판에 중심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투구와 관련된 동작을 일으키다 투구를 중지하였을 경우'를 보크로 삼고 있다. 이날 임찬규는 3루 주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중심발을 빠진 상태였다. 투구를 해야 하는데 송구 동작을 취했기 때문에 보크가 성립되는 것이다. 또한 야구규약 8.05(f)는 '투수가 타자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투구했을 경우'도 보크로 인정하는데 임찬규는 타자 이대수가 아니라 자리에서 급히 일어선 포수 조인성을 보고 공을 던졌기 때문에 이 또한 보크가 된다.
그러나 한화 측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심판들은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이미 LG 선수들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그라운드 밖으로 떠난 상태였다. 비디오 판독이 필요한 대목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비디오 판독은 홈런 상황에 한해서만 하는 것이다. 정상대로라면 정원석의 홈스틸로 6-6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경기는 그대로 6-5 LG 승리로 종료됐다. 승리한 LG도 찝찝하고, 패배한 한화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정원석의 귀신 같은 플레이가 LG 배터리도 심판들도 혼란에 빠뜨렸다. 그러나 그 상황을 똑똑이 지켜본 수많은 팬들이 있었다. 어떻게 4명의 심판들이 명백한 보크 상황을 놓친 것일까. 심판조장을 맡은 김병주 심판위원은 "오심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보크는 4심 합의로 번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억울하고 황당한 패배에 한화만 울분을 삼켜야 했다.
waw@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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