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석, 오심과 패배에 묻혀버린 '주루 센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09 09: 00

한화 내야수 정원석(34)의 번뜩이는 주루 센스가 거듭 묻히고 있다.
정원석은 지난 8일 잠실 LG전에서 영웅이 될 수 있었다. 5-6으로 뒤진 9회 2사 3루 상황. 3루 주자로 있던 정원석은 LG 투수 임찬규가 와인드업 자세에서 손을 모으고 머뭇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홈으로 파고들었다. 깜짝 놀란 임찬규는 중심발를 뒤로 빼고 홈으로 투구가 아닌 송구를 했다. 명백한 보크. 정원석의 번뜩이는 재치가 만 19살 신인 투수의 혼을 빼놓으며 경기 분위기를 뒤흔들어 놓을 듯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4심 모두 보크를 발견하지 못했고, 경기는 정원석의 도루실패로 끝났다. 정원석의 귀신같은 홈스틸이 어이없는 도루자로 둔갑한 것이다. 야구규칙 8.05(a)에 따르면 '투수판에 중심발을 대고 있는 투수가 투구와 관련된 동작을 일으키다 투구를 중지하였을 경우'를 보크로 삼고 있다. 이날 임찬규는 3루 주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중심발이 빠진 상태였다. 투구를 해야 하는데 송구 동작을 취했기 때문에 보크가 성립되는 것이다.

또한 야구규약 8.05(f)는 '투수가 타자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투구했을 경우'에도 보크로 인정한다. 임찬규는 타자 이대수가 아니라 포수 조인성을 보고 급히 공을 던졌기 때문에 이 또한 보크가 된다. 두 가지나 보크가 성립되는 경우였지만 어느 심판들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정원석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항의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타격 슬럼프로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정원석은 9회 무사 1루에서 장성호를 대신해 대주자로 출장했다. 이어 최진행의 중견수 쪽 깊은 뜬공 때 1루에서 2루까지 내달렸다. 상대 수비의 작은 틈도 놓치지 않는 번뜩이는 재치로 득점권까지 진출하며 LG 배터리를 압박했다. 이어 2사 2루에서 상대 폭투 때 3루까지 내달리며 끝없이 LG를 괴롭혔다. 이어 임찬규가 와인드업 동작에서 계속 인터벌을 길게 가져가자 상황에 따라 홈스틸을 하겠다는 의사를 벤치에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 홈스틸로 대미를 장식하려는 순간 어이없는 오심으로 모든 것이 묻혀버리고 말았다. 
 
정원석은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놀라운 주루 센스로 두산을 당황시킨 바 있다. 1-2로 뒤진 8회 2사 1·3루. 1루 주자였던 정원석은 최진행의 중전 적시타와 함께 스타트를 끊어 3루까지 내달렸다. 이어 중견수 정수빈으로부터 공을 받은 2루수 오재원이 2루 베이스 근처에서 고개 숙이고 허탈해 하는 사이 귀신 같이 홈으로 파고들어 3-2 역전을 만든 바 있다. 그러나 불펜이 곧바로 역전을 허용하며 패한 바람에 정원석의 플레이도 묻혔다.
정원석은 당시 플레이에 대해 "처음부터 생각한 것이다. 상대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노렸다. 상대 플레이가 조금이라도 느슨하면 다음 베이스로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날 LG전에서도 상대의 느슨함을 놓치지 않는 번뜩이는 센스를 발휘했지만 어이없는 오심에 묻혔다. 게다가 설령 보크가 아니라도 리플레이를 보면 정원석의 홈 쇄도가 LG 포수 조인성의 태그보다 빨랐다. 이날 오심으로 플레이를 똑똑이 지켜본 팬들에게는 정원석의 억울한 홈스틸로 기억되겠지만 훗날 기록에서는 어이없는 도루자로 남아있을 것이다. 오심과 기록이 무서운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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