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거세지자, 방송사들이 너도 나도 돈벌이를 위한 한류 행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가요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가수들이 어렵게 한류의 초석을 쌓아 이제 겨우 성과를 보려는 시기에 거대 방송사들이 슬쩍 숟가락을 얹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수개월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나 콘서트는 아무 문제 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선두에 선 MBC가 지난 3월 태국 한류 콘서트에 이어 지난 5월 일본 지진 관련 자선 콘서트를 개최한 데 이어 SBS도 지난 7일 일본 오사카에 국내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을 이끌고 가 콘서트를 열었다. KBS는 오는 7월13일 일본 도쿄돔 공연을 개최한다.
초대 가수들로는 해외에서 단독 콘서트만으로도 수 만명을 거뜬히 동원하는 톱스타로 구성됐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비스트, 2PM, 카라 등 톱그룹들이 행사 무대에 주로 섰다. 이들이 이 행사로 받는 출연료는 일반 행사의 1/2~2/3 수준.

개런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행사의 난립이 한류 공연의 희소성을 떨어뜨린다는 데에 있다. 한류 스타들은 주로 팬미팅이나 단독 콘서트로 수익을 내고 있는데, 10만원 상당의 티켓으로 한국의 톱그룹들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공연이 일반화된다면 당연히 일반 팬미팅 및 단독 콘서트는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한정된 금액으로 한류를 즐기는 팬으로서는 한류 특집 콘서트 전후로 잡힌 일반 한류 행사는 아무래도 꺼릴 것이라는 게 가요계의 관측이다.
이는 국내 지방 행사 시장에서 벌어진 방송사 횡포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가수들이 서는 각종 행사 역시 방송사들이 라디오 공개방송 명목으로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개런티가 방송 출연료 수준으로 뚝 떨어지고 일반 행사가 위축됐던 일부 전례들이 있기 때문. 만약 이대로 방송사의 한류콘서트가 자리를 잡는다면, 한류 시장 역시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톱가수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 한류콘서트 무대에 서는 이유는 바로 방송사와의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송사 역시 이를 ‘믿고’ 과감한 섭외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게 일부 가요 관계자들의 푸념이다.
해외 콘서트에 다녀온 한 가요관계자는 “가수들에게 방송사 예능국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또 의존하는 곳이다. 방송사가 ‘우리도 좀 먹고 살자’ 식으로 나오는데, 그걸 뿌리치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돌 관계자는 “한두번 정도야 방송사와의 관계를 생각해 다녀올 수 있지만, 이게 정착된다면 그건 분명 큰 문제”라면서 “특히 치밀한 프로모션 계획 아래 해외 활동을 하고 있는 톱그룹의 경우, 피해가 꽤 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방송사는 이런 한류콘서트가 오히려 한류 확산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KBS 일본 콘서트를 기획 중인 김충 CP는 "아직 해외에서 단독 콘서트 기회가 없는 가수들도 있지 않느냐"면서 "그런 가수들이 도쿄돔 무대에 선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향후 일본 시장에 소개돼야 할 가수들에게도 기회가 된다. 그렇게 한류를 확장시킨다는 면에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10만원대의 티켓값에 대해서는 "대관비, 하드웨어 비용 때문에 진행 비용으로 전부 다 쓰인다"면서 "무료로 진행하면 좋겠지만, 유료 공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안타까웠다. 가수들 출연료도 일본 방송 출연료와 비슷하게 맞추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류콘서트는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 가요계가 제기하는 우려사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면서 "방송사의 한류 콘서트도 여러 형태의 한류 공연 중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inny@osen.co.kr
<사진> 지난 3월 태국에서 열린 MBC '한류콘서트' 무대에 선 인기 가수들.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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