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부터 홈스틸을 노리고 있었다".
8일 잠실 한화-LG전 9회말 2아웃.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홈스틸을 감행하며 영웅이 될 뻔 했으나 심판들의 보크 오심에 아웃 판정을 받고 역적이 되어버린 정원석(34)이 전날 패배의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원석인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초구부터 홈스틸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이프였다"는 말과 함께 "어제 우리가 이겼어야 했는데…"라며 당시 순간을 곱씹었다.

정원석은 전날(8일) 9회 2사 주자 3루 상황에서 3루 주자로 있었다. 팀이 5-6으로 뒤진 상황에서 LG 마무리 투수 임찬규가 초구부터 땅바닥을 쳐다보는 모습을 간파하고 홈스틸을 계획하고 있었다.
타석에는 이대수가 있었고 볼카운트 2-2에서 임찬규가 와인드업 포지션에 들어가면서 우물쭈물하자 거침없이 홈을 파고 들었다. 그러자 당황한 임찬규는 급히 축발을 빼는 바람에 보크가 인정되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너무나 갑작스런 일에 주심을 비롯한 4심 모두가 보크를 지적하지 못했고, 정원석인 홈에서 태그 아웃을 당하며 한화는 5-6으로 패하고 말았다.

정원석도 "임찬규가 초구부터 땅을 쳐다보더라. 그래서 홈스틸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이)대수가 2스트라이크까지 됐는데 안치고 있어서 홈으로 뛰어 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비록 정원석은 홈에서 아웃 판정을 받았지만 한대화(51, 한화) 감독으로부터는 주루 플레이에 대해서 칭찬을 들었다.
한 감독은 "원래 정원석이 조금 똘끼가 있다"는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전환시킨 뒤 "정원석이 지금은 조금 느리지만 예전에 빨랐다. 그래서 주루 센스가 있다"며 박수를 보냈다.
정원석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그라운드로 뛰어 나가 수비 훈련에 열중했다.
agassi@osen.co.kr
<사진>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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