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위까지 떨어진 두산의 '불편한 진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10 13: 05

내재되어있던 고름이 한꺼번에 터지고 말았다. 우승 후보에서 시즌 개막 두 달 여만에 7위까지 떨어진 두산 베어스의 현주소다.
 
두산은 지난 7~9일 광주 KIA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주며 최근 5연패로 시즌 전적 22승 2무 30패(9일 현재)를 기록하며 한화에 6위 자리마저 내줬다. KIA와 함께 최근 4년 간 3차례의 우승을 거머쥔 SK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던 예상이 완전히 어긋난 상황이다.

 
5월부터 이어진 부진이 연속되며 두산은 이제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장담하기 힘든 처지에 놓였다. 4위 삼성과는 6경기 반 차로 10연승에 가까운 태풍을 몰고오거나 중위권 그룹이 동시다발로 부조를 보이지 않는 한 진출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근간의 성적만 보면 갑작스러운 쇠퇴기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잠재해있던 위험성이 현실화된 것 뿐이다. 
 
▲ 투타 불균형 씁쓸한 현실 속 특화야구 실종
 
2004년 지휘봉을 잡은 이래 김경문 감독은 잇단 스타 플레이어의 이적으로 선수층이 얇아졌던 선수들을 다그치고 때로는 독려하며 팀을 이끌었다. 김현수, 이종욱, 최준석 등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유망주가 두산에서 일약 스타 플레이어로 자라나기도 했다. 장점을 극단적으로 특화시키는 책략이 맞아 떨어지며 '화수분 야구'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지난해서부터 이종욱과 고영민의 도루 시도 수는 현저히 떨어졌다. 잇단 부상을 겪으면서 체력 소모가 큰 도루 시도를 주저하게 된 것. 이는 부상에 기인한 것이라 선수를 심하게 탓할 수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난해부터 두산의 선발 라인업은 어느새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1~3번 타순을 테이블세터형으로 4~6번 타순을 중심타자들로 구축하는 파격적인 라인업이 나왔고 팀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4번 타자로 나섰던 김현수의 성적이 기대만큼 시원치 않자 이 책략은 결국 없던 일이 되었다. 이후 김현수는 3할 타율은 기록하지만 득점권 타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30홈런 이상을 때려내지 못해도 특화된 정확성으로 많은 타점을 올리던 김현수의 타격 발전상이 떨어지고 만 것.
 
1,2년차 시절 정말 쏠쏠한 활약을 펼친 정수빈은 올 시즌 2할4푼4리의 타율에 불과하다. 지난해 24홈런을 쏘아올린 이성열은 4월 한 달 간 1할대 빈타에 허덕였다. 그나마 오재원이 24도루로 도루 부문 수위에 있지만 다른 준족들의 도움이 아쉽다. 
 
올 시즌 에이스로 활약 중인, 메이저리그 출신 김선우는 첫 2년 간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젊은 선발 투수들이 풀타임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서 외국인 선발 투수 둘 중 한 명이 부진해도 팀이 수렁에 빠지는 일도 잦았다. 히어로즈에서 건너온 이현승은 팔꿈치-어깨-허리로 이어지는 잇단 부상에 눈물을 삼켰고 복귀한 이혜천은 '11억 원포인트'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야구 외적인 문제로 김명제는 사실상 선수 생활이 끝났고 이용찬은 지난해 마무리 공백을 낳았으며 임태훈은 훈련 조차 못하고 뒷문을 비워두고 있다.  
 
기대했던 선수들의 패가 부진으로 이어지며 김 감독의 책략은 생각과 반대로 흐르고 있다. 그나마 현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는 김선우-더스틴 니퍼트 원투펀치와 내야수 윤석민,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한 이용찬 정도. 예전의 두산이었다면 이들에게 자극을 받는 유망주가 더 출현하는 경우가 잦았지만 이제는 그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 연봉 협상 두 가지 잣대, '결론은 KS 우승 뿐'? 
구단의 지원은 어떤가. 최근 들어 외국인 선수에 대한 투자를 부쩍 높인 두산이지만 국내 선수에 대한 지원이 다른 팀보다 상대적으로 낫다고 할 수 없다. 지난해 이성열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으나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서 3할5푼7리(14타수 5안타) 2타점을 올린 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경기서는 3할8리(13타수 4안타) 4타점으로 활약했던 임재철은 연봉 1800만원 삭감(1억1000만원-9200만원) 통보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대주자, 대수비 출장이 잦았던 페넌트레이스서 주전급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이유다.
 
지금은 팔꿈치 수술로 재활 중인 이재우 또한 2008시즌 11승을 거두며 2억원의 연봉 계약을 체결한 뒤 2009년에도 5승 2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88로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돌아온 통보는 1000만원 삭감. 포스트시즌 공헌도가 없었다는 이유에서 나온 금액이다. 잣대는 2개인데 선수들에게 좋은 것은 없다. 연봉 협상 자리에서 선수들을 대면하며 '미안하다'라는 이야기를 내놓는 실무자의 마음도 편할 리 없는 데 선수들은 오죽하겠는가.
 
당근은 다른 팀보다 크지 않은데 채찍은 훨씬 매섭다. 감독의 총아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 이제는 부상 위험이나 매커니즘의 변화로 기대만큼의 성장세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미 잠재되어있던 두산의 불안 요소. 그것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을 뿐이다. 마지막 남은 것은 선수단이 '패배 의식'을 떨치고 겸허한 마음으로 초심을 찾는 것이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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