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차 처음 본' 알드리지,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6.10 18: 23

"도대체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코리 알드리지(32, 넥센 히어로즈)가 갑자기 나타난 소독차 습격에 황급히 덕아웃으로 달려들어와 동료 선수들의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알드리지는 1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앞서 외야에서 러닝을 하고 있었다. 보통 때처럼 충분한 러닝을 통해 몸을 풀었다. 때마침 우익수 근처 폴대에 서있던 알드리지는 갑자기 우익수 근처 외야 담장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라운드로 돌진하는 소형 트럭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넥센 구단은 최근 목동구장에서 경기기 열릴 때마다 주변에 위치한 하수 처리장 때문에 라이트 시설을 보고 달려드는 벌레들이 떼로 나타나 선수들 플레이에 지장을 줘 시설관리 공단에 소독을 요청한 상태였다. 그런데 소독 시점이 선수들 훈련 때와 겹칠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다.
"왜 하필 선수들 훈련하는데 소독이냐…"는 주변의 말이 나오는 가운데 때마침 좌측 폴대에서 우측 폴대로 뛰던 알드리지는 소독차가 내야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그런데 내야를 지나 다시 우측 폴대로 온 소독차는 갑자기 알드리지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괴상한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거침없이 뿜어내는 소독차에 놀란 알드리지는 서서히 좌측 폴대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설마 날 따라 오겠어?'라는 발걸음이었다.
차 앞에서 서서히 달리기 시작한 알드리지는 좌측 폴대를 향해 뛰면서 계속해서 뒤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런데 알드리지는 소독차가 좌측 폴대를 지나 계속해서 자신을 쫓아오자 3루측 덕아웃으로 계속해서 뛰었다. 송지만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은 소독차를 미리 발견하고 덕아웃으로 피신한 상태였다.
우익수 자리에서 좌익수 쪽을 거쳐 3루 덕아웃까지 쉬지 않고 뛴 알드리지는 덕아웃에 들어오자 마자 송지만에게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이냐"고 묻자 송지만은 "폭탄이다. 폭탄. 빨리 피해라"고 농을 던졌다.
알드리지는 송지만의 농담을 이해하고 가볍게 웃으며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면서 "소독차 때문에 엄청 뛰었다"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송지만은 "지금 내 체력의 근원은 어렸을 때 소독차 소독약 냄새를 많이 맡아서였다. 소독차를 볼 때마다 3km씩 뛰었다"고 말해 동료 선수들을 웃게 만들었다.
송지만의 체력 비법에 대해 전해들은 알드리지는 피씩 웃으며 "그런 건 말도 안 된다"면서 "힘든 하루였다"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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