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특급 마무리의 위용이 예사롭지 않다.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29)은 지난 10일 목동 넥센전에서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6세이브째를 따냈다. 지난달 31일 대전 삼성전 이후 10일만의 세이브. 특히 선두타자 강정호에게 2루타를 맞고 득점권 위기에 몰렸으나 후속 타자 3명을 삼진과 범타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매조지는 위기관리능력을 뽐냈다. 올해 22경기에서 1승16세이브 평균자책점 1.07. 세이브 1위 자리는 사실상 굳혔다. 이제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마무리투수답게 오승환은 위기에 더 강하다. 올해 오승환은 득점권에서 16타수 1안타 1볼넷으로 상대 타자들을 눌렀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6푼3리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탈삼진 8개를 뽑아내며 득점권에서 확실하게 틀어막았다. 또한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이 1할6푼1리지만 주자가 있을 때에는 3푼6리에 불과하다. 28타수 1안타 5볼넷 11탈삼진. 덕분에 동점 및 역전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 거둔 터프세이브도 3개로 LG 임찬규와 함께 가장 많다.

오승환은 올해 최고 구속 153km를 기록했다. 류중일 감독도 오승환의 구위에 대해 "가장 좋았던 2006년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2006년의 오승환은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47개를 기록한 역사적인 선수였다. 당시 63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1.59, 피안타율 1할6푼, 이닝당 출루허용률 0.69, 9이닝당 탈삼진 12.4개라는 가공할 만한 성적을 냈다. 감히 오승환의 공을 건드리기조차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올해 오승환의 성적도 2006년 못지않다. 올해 22경기에서 오승환의 평균자책점 1.07. 2이닝만 더 실점없이 막으면 0점대로 진입할 수 있다. 역대 0점대 평균자책점 마무리투수로는 1993년 해태 선동렬(0.78), 2007년 SK 정대현(0.92), 2009년 KIA 유동훈(0.53)이 있다. 여기에 피안타율 1할1푼9리, 이닝당 출루허용률 0.79, 9이닝당 탈삼진 13.1개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올해 오승환의 공도 함부로 치기 어렵다.
2006년 오승환은 63경기에서 79⅓이닝을 던졌다. 1⅓이닝 12경기, 1⅔이닝 10경기, 2이닝 10경기, 3이닝 1경기씩 던졌다. 절반이 넘는 경기에서 1⅓이닝 이상 던졌었다. 당시 삼성의 중간에는 믿을만한 투수가 권오준밖에 없었고 오승환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큰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3.00)·7월(2.08)을 뺀 나머지 달에는 1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으로 위력을 떨치며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았다. 한창 좋을 때였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올해 오승환은 22경기에서 25⅓이닝을 던지고 있다. 1⅓이닝 6경기, 1⅔이닝 1경기, 2이닝 1경기로 무리하지 않고 있다. 권오준밖에 없었던 2006년과 달리 올해는 권오준을 비롯해 정현욱 안지만 권혁 등 승리계투조들이 넘친다. 오승환은 확실히 1이닝만 책임지면 되는 마무리가 되고 있다. 올해 오승환은 14경기에서 1이닝을 확실하게 막고 있다. 세이브 16개 중 11개가 1점차 상황에서 올라와 거둔 것으로 그 값어치도 매우 크다. 여러모로 완벽한 시즌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 상황이다.
어느덧 통산 181세이브를 거둔 오승환은 200세이브도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김용수(227개)-구대성(214개)에 이어 역대 3번째 200세이브 돌파가 유력하다. 물론 최연소 기록이다. 김용수는 만 39세, 구대성은 만 38세에 밟은 고지였지만 오승환은 아직 20대다. 물론 돌부처답게 오승환은 이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 그는 "세이브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팀과 함께 하는 것이다. 세이브 상황마다 블론세이브를 하지 않고 리드를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올해 그의 블론세이브는 단 1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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