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입맛 떨어지는'TV맛집의 비밀'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06.11 09: 10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한창 달아오르던 TV 속 맛집 소개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이른바 '가짜 맛집' '돈 받고 방송 출연한 맛집'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그 전에 알고 있었다. 음식이 채 혀에 닿기도 전부터 "우와~ 죽인다"를 연발하는 텅빈 식당 안 한 무리 손님들의 환호성에 귀 기울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신선한 재료를 구한다며 음식 주문이 들어오면 그제서야 채소를 뜯으러 밭에 나가고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나가는 식당 주인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번 'TV 맛집은 가짜' 논란은 한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비롯됐다. MBC 교양국 PD 출신인 김재환 감독의 영화 '트루맛쇼'가 주인공이다. MBC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가 기각당하면서 영화를 둘러싼 관심이 증폭됐고, 김 감독은 "(영화 홍보해 준) 친정 MBC 측에 진짜 감사드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트루맛쇼'는 TV 맛집 프로를 둘러싼 제작진과 브로커, 식당주인과의 검은 뒷거래를 담았고 '무조건 맛있고 푸짐하다'며 짜고 찍는 엉터리 리얼의 실상을 소개했다. 3년간의 잠복 취재 끝에 한 편의 다큐 영화를 완성했다는 후문이다.
 
제 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될 당시부터 이 다큐는 영화팬들 사이에 큰 화제를 모았다. MBC, KBS, SBS 방송 3사의 간판 프로그램 이름을 가감없이 내보냈고 파장은 대단했다. 갖가지 논란 속에 영화는 지난 2일 개봉했고 전국 18개 스크린에서 누적관객 3373명(10일 현재)을 동원중이다.
저예산 다큐인데다 개봉관수가 워낙 적은 탓에 관객수는 미미하지만 TV 맛집 프로에 끼친 영향력은 차원이 달랐다.  일부 TV 교양프로 속 맛집 소개코너가 잠정 중단되는 상황을 이끌고 있다. 물론 해당 방송사들은 "'트루맛쇼'와의 관계는 전무하고 중단이 아니라 보완중"이라는 식의 해명을 냈다.
KBS의 한 간판 교양프로에서도 맛집 소개 코너는 당분간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작진 관계자는 OSEN과의 통화에서 “영화와 우리 방송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사회적인 파장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맛집 탐방 방송을 내보낼 필요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알게 모르게 '트루맛쇼'의 파장을 인정한 셈이다.
그동안 TV 속 정보와 시사다큐 프로들에는 온통 맛집 풍년이 들었었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맛집들이 진짜 있기는 한 것일까' 시청자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TV가 설마 거짓말하랴' 소개 맛집들을 수소문했고 해당 음식점들은 다음 날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TV에서 한 번 전파를 탄 맛집들은 한동안 줄을 서 기다릴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이는 대다수 음식점들이 맛집 프로 출연을 물색하고 이를 가게 홍보에 이용하는 연결 고리로 이어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비롯됐다. 시청자에게 강력 추천할만한 맛집의 숫자란 애시당초 제한적인데 맛집 프로는 많고 방송 횟수가 길어지면서 당연히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이후 스토리는 안봐도 뻔하다. 함량 미달의 맛집, 식사와 편의 제공을 자청한 맛집,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힌 맛집 등이 버젓이 진짜 맛있는 맛집으로 둔갑해 방송을 탔다.
진짜 맛있는 집들은 TV 맛집 촬영에 비협조적이다. TV에 안나가도 손님이 차고 넘치는데다, 까다롭고 복잡한 촬영 주문 사항들을 바쁜 영업시간에 들어주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TV 맛집 소개들은 갈수록 부실해지고 엉뚱한 맛집 등장으로 시청자 항의가 잇따르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런 요지경 속 TV 맛집 세상이 한 편의 공들인 다큐 영화로 인해 제 정신을 차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엔터테인먼트 팀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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