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7년의 기다림, '나는 타자 윤석민이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12 07: 32

"꾸준히 선발로 출장하고 싶어요. 그래서 규정타석도 채우고 3할 타율도 기록하고 싶습니다".
 
2004년 데뷔 후 그는 제2의 주포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더딘 성장세 속에 기회를 잃었고 군입대 시기 조절에도 실패하며 야구 인생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잊혀지는 듯 했던 유망주는 어느새 20대 중반의 나이에 야구인생의 제대로 된 전환점을 맞았다. 두산 베어스의 8년차 내야수 윤석민(26)의 이야기다.

 
구리 인창고를 거쳐 2004년 2차 3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윤석민은 이듬해 2군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네덜란드 야구월드컵 대표로도 꼽혔다. 그러나 2006년 주포 김동주의 어깨 부상을 틈 타 제 자리를 잡는 데 실패한 뒤 2008년 4월 공익근무로 입대했다. 지난해 5월 소집해제한 뒤 실전 공백에도 불구, 65경기 3할3푼3리 17홈런 59타점을 기록하는 파괴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올 시즌 윤석민은 33경기서 3할2푼4리 1홈런 8타점(11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비록 11일 SK전서 두 개의 병살타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기는 했으나 그는 이제 본격적인 1군 경험을 쌓는 선수다. 구리 인창중 1년 후배지만 지명도에서는 훨씬 앞선 KIA 우완 에이스 윤석민만이 아닌 '타자 윤석민'도 알리겠다는 그의 각오는 더욱 뜨거웠다.
 
▲ 강박감을 뚫고 찾은 기회
 
"요새는 팬들께서도 가끔 알아보셔서 신기하기도 해요".
 
180cm 86kg의 탄탄한 체구. 러닝셔츠에 확실히 새겨진 상체 근육은 그가 그동안 쏟은 노력을 대번에 알려주었다. 그러나 '요즘 어떤 느낌인가'라는 질문에 윤석민은 수줍게 웃으면서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에는 부모님께서 좋은 음식도 많이 사주세요. 외식도 하러가고".(웃음)
 
김경문 감독은 예전부터 윤석민에 대해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몸을 물려받은 선수다. 다만 데뷔 초기에는 무언가 해보겠다는 절박함이 아쉬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도 그는 8월 하순 1군 엔트리에 포함되었던 바 있으나 하루 만에 2군으로 내려가는 비운을 맛보고 말았다.
 
"아쉽지요. 2006년 기회를 잡지 못하고 나주환(SK, 공익근무 중) 선배에게 기회를 내줬을 때도 그렇고 군입대 시기를 제대로 조정하지 못했을 때, 그리고 하루 만에 1군에서 2군으로 돌아갔을 때도 많이 아쉬웠어요. 더 잘했더라면 더 빨리 기회를 얻었을 텐데".
 
당시 부산 롯데 원정지에서 이천행 통보를 받은 후 덤덤함을 보이려 했으나 붉게 상기된 표정은 감추지 못했던 윤석민이 생각났다. 1년 전 낙심했던 상처를 오기로 승화시킨 윤석민은 그 때와는 확연히 다른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선다.
 
"요 근래 기회를 얻다보니 어떻게 쳐야 하는 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못 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강박감이 많았다면 지금은 여유도 생겼습니다. 수비요? 요즘은 괜찮아진 것 같아요. 김민호 코치님께서도 '넌 수비보다는 타격에 중점을 둬도 괜찮다'라며 격려해 주십니다. 그래도 주자 출루시에는 그에 대한 좋은 수비 위치를 잡는 데 노력 중이에요".
 
 
 
▲ 꾸준한 기회 얻으며 '규정타석 3할' 목표
 
개막 전 윤석민은 우타자로서 왼손 투수 스페셜리스트로 내정되었던 바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보면 올 시즌 그의 타격은 흥미롭다. 윤석민의 올 시즌 우완 투수 상대 타율은 4할(35타수 14안타)인데 반해 오히려 왼손 투수를 상대로 2할5푼6리(39타수 10안타)를 기록 중.
 
왼손 투수를 상대로는 타율이 낮은 편이지만 그의 유일무이한 홈런과 8타점 중 6개는 좌투수에게 뽑아낸 것이다.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제 스윙을 보여줄 수 있는 그의 잠재력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왼손 투수 상대로 자주 나갔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도 자신 있거든요. 타격 만큼은 원래 자신 있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을 기회 속에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데뷔 초기 팀 내에서 윤석민은 '제2의 김동주'로 꼽혔다. 같은 3루 포지션과 비슷한 체구. 김동주처럼 3할 타율-4할 출루율-5할 장타율 이상을 보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은 그였다. 먼 길을 돌아 비로소 제 기회를 잡게 된 윤석민에게 선수단 맏형 김동주가 어떤 조언을 하는 지 궁금했다.
 
"타석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만큼 한 타석, 한 타석에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있어요. 확실히 1군은 집중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2군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1군에서 뛰니 '1경기서 9회까지 뛰는 것이 쉽지 않구나' 느끼게 되네요. 집중력의 차이인 것 같아요".
 
시즌 전 윤석민은 또 다른 거포 유망주인 이두환과 자주 비교되었다. 시즌 개막 전 봉와직염 증세로 인해 출발이 늦었던 이두환은 최근 2군 경기에 나서며 제 감각을 찾고 있다. 또 한 명의 유망주가 1군 가세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은 윤석민에게 커다란 자극이다.
 
"두환이도 요새 2군 경기에 출장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욱 집중하고자 합니다. 좀 못하면 다시 2군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제게 없어서는 안 되는 동료 중 한 명이기도 하구요".
 
'개막 엔트리 진입'이 1차 목표였던 윤석민은 이미 그 목표를 이뤘다. 어렵사리 선발 출장의 기회까지 잡아낸 윤석민은 조심스럽게, 그러나 우직한 목소리로 다음 목표를 이야기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꾸준한 모습을 지키며 주전 3루수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싶다는 그의 심장은 더없이 뜨거웠다.
 
"꾸준히 선발로 출장하고 싶어요. 그래서 규정타석도 채우고 3할 타율도 기록하고 싶습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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