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27, LG 트윈스)의 별명은 팔방미인이다. 주포지션이 없는 대신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프로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박종훈(52) 감독이 필요로 할 때 수비 위치 변경을 할 수 있다.
특히 LG는 현재 이진영, 이대형, 오지환 등 주전 야수들의 부상으로 타순 및 수비 위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부상에 2루수 박경수가 유격수로 이동하면서 서동욱은 5월달에 2루수로 주로 출장했다. 그러나 이진영과 이대형이 빠지면서 우익수 또는 1루를 보던 이택근이 중견수로 이동하면서 1루수로도 출장했다.
말 그대로 박종훈 감독은 구멍 난 수비위치에 서동욱을 집어 넣는다. 이 때문에 서동욱의 가방에는 1루수, 2루수, 3루수, 외야수, 그리고 보조 글러브까지, 글러브만 5개나 된다.

박종훈 감독도 "지금 우리팀에서 보배와 같은 선수는 서동욱이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달까지 서동욱의 타율은 2할을 겨우 넘겼다. 그래서 그의 가치는 수비에서만 빛났다.
그러나 6월들어 서동욱이 수비 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서서히 팔방미인급 모드로 진입하고 있다.
서동욱은 11일 군산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2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6타석 5타수 4안타 2타점 4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3일 롯데전에서 3안타는 기록했지만 4안타는 올 시즌 처음이다. 덕분에 시즌 초 1할도 안 됐던 타율이 12일 현재 2할5푼까지 상승했다. 최근 5경기에서 4할3푼8리의 고타율에 1홈런 5타점을 기록 중이다.

두 달 사이에 1푼5리 이상의 타율을 끌어 올린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서동욱은 12일 OSEN과 전화 통화에서 "최근 서용빈 타격 코치님과 밀어치기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면서 감각도 생겼고, 의식적으로 밀어 치려다 보니 공을 끝까지 볼 수 있는 것 같아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서동욱은 여기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팀 공격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을 숨지기 않았다.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그의 마음은 대단했다. 그는 "팀이 필요하다면 포수도 볼 수 있다"며 무엇이든지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서동욱이 포수도 볼 수 있다는 말에 박 감독도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마음이 예쁘다"며 흐뭇해했다.
물론 서동욱이 공수에서 여전히 완벽한 선수는 아니다. 올 시즌 수비 실책도 4개나 된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완벽한 선수라는 것은 없다. 선수는 매 경기 집중해 최대한 실수를 줄이고 자신의 플레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서동욱 역시 자신의 실력에 대해서 명확히 알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서든지 최선을 다한다. 한 포지션도 맡기 힘든데 투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멀티로 뛰는 그의 노력에 격려의 박수를 칠 필요는 있다.
과연 서동욱이 공수에서 팔방미인이 될까.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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