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 "2번타자, 힘들고 중요한 이유 알겠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13 07: 48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삼성 11년차 외야수 박한이(32)가 딱 그렇다.
박한이는 류중일 삼성 감독이 기치를 내건 화끈한 공격야구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2번 타순에 전진배치돼 팀 공격력을 배가 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박한이는 부진했고, 삼성의 공격야구는 구호에 불과했다. 4월 22경기에서 2할7푼3리의 타율로 체면치레한 박한이는 5월 22경기에서 1할5푼9리로 곤두박질쳤다. 5월을 마쳤을 때 시즌 타율은 2할1푼9리. 완전히 바닥을 칠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살아날 선수는 살아나고, 올라갈 타율은 올라갔다. 6월부터 박한이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6월 11경기에서 50타수 17안타로 4할1푼5리라는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멀티히트 경기를 4차례나 기록하는 등 시즌 타율을 2할6푼2리까지 끌어올렸다. 박한이가 살아나자 삼성 타선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5월까지 팀 타율 2할4푼4리(7위)로 경기당 평균 4.4득점이었던 삼성 타선은 6월 팀 타율 3할2푼6리(2위)로 경기당 평균 6.5득점(2위)을 퍼붓고 있다. 류중일 감독도 "(박)한이가 잘해주니까 좋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박한이의 시즌 초반 부진은 낯선 2번타자가 한 요인이었다. 그는 "2번 타선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 2번 타순에 들어가면 힘들 것이다. 그동안 1번타자로 많이 뛰었는데 1번에서는 어떻게든 출루만 하면 된다. 하지만 2번은 벤치의 사인을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주자가 있으면 한 베이스라도 더 진루시켜야 하고 주자들도 모아야 한다. 중요할 때는 직접 쳐주는 것도 필요하다. 2번타자라는 자리가 왜 힘들고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테랑답게 적응기간은 두 달이면 충분했다. 류 감독은 박한이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고, 박한이도 그런 믿음에 보답하기 시작했다. 그는 "밑바닥을 친 뒤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부담없이 마음 자체를 편하게 먹고 있다"며 "김성래 타격코치님께서 많이 신경 써주셨다. 원래 나쁜 점은 나보다는 주위 사람들이 더 잘 보는 법이다. 김 코치님이 밸런스를 잘 잡아주셨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어느덧 팀의 중고참이 된 그는 후배들에 대해 믿음도 나타냈다.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잘 안다. 지난해 큰 무대에서 큰 경험을 했고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모르면 내가 따로 이야기를 하겠지만 말 안 해도 다들 잘 알고 있다. 지난해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는 듯하다. 경험이라는 것을 무시하지 못한다. 후배들이 알아서 잘하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 박한이의 말이다.
지난 2001년 입단한뒤 3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3차례의 준우승을 맛본 박한이는 2000년대 삼성의 산증인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는 타선이 정말 좋았다. 상대 투수들이 우리 타선만 보고 지레 겁먹을 정도였다. 2005~2006년에는 투수력이 좋아서 우승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투타 밸런스가 참 좋다. 입단 후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다"고 자신했다. 박한이가 살아나자 삼성 타선도 살아났다. 안정된 투수진에 타선만 지금처럼 터져준다면 삼성은 진짜 무서운 팀이 된다. 박한이는 "우리 팀은 원래 여름에 잘한다"고 했다. 삼성의 시즌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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