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대호 인턴기자] 동점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 타석에는 투수를 상대로 단 한번의 안타도 기록한 적이 없던 타자. 볼카운트도 2-0으로 몰린 절체절명의 순간, 타자가 억지로 건드린 공이 평범하게 내야에 뜬다. 팬들은 연장 승부를 예감했지만 공이 회전 때문에 절묘하게 야수들 사이에 뚝 떨어진다. 연패를 끊는 끝내기 안타였다.
시원한 끝내기 홈런, 깔끔한 끝내기 안타가 아닐지라도 기쁨의 희열은 다르지 않다. 바로 9일 목동에서 있었던 넥센과 SK의 끝내기 순간이다. 끝내기 안타로 팀을 4연패의 수렁에서 구해 낸 넥센 유한준과 SK 투수 정대현의 통산 성적은 9타수 무안타 2볼넷 4삼진. 하지만 이날 유한준은 정대현을 상대로 한 첫 안타를 행운의 끝내기로 장식하며 기쁨을 누렸다.
당시 2루수였던 정근우는 “공이 악마의 구렁텅이로 갑자기 빠졌다. 마치 버뮤다 삼각지대에 쏙 빨려들어 간 것 같다”며 어이없어 했다. 평범한 내야 플라이가 절묘하게 끝내기 안타로 둔갑한 것이다. 웃지만은 못할 희귀한 끝내기, 또 언제 있었을까.

▲ 30년간 유일무이한 끝내기 타격방해, 1997년 6월 27일
한화 이글스의 포수 강인권에게 1997년은 너무나 가혹한 한 해였다. 5월 23일 두산의 전신인 OB 전에서 정민철이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퍼펙트 경기를 달성할 뻔 했으나 8회 공을 빠트려 심정수를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1루에 내보내 결국 대기록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6월 27일, 삼성과의 경기서 30년 프로야구 역사에 단 한차례뿐인 ‘끝내기 타격방해’를 기록했다. 강인권은 6-6으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서 삼성 타자 정경배의 헛스윙 때 포수 미트로 타자의 방망이를 건드려 타격방해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 종범신(神)의 끝내기 헤드샷, 2007년 5월 22일
최희섭의 국내 데뷔전이 있던 2007년 5월 22일 롯데와 KIA의 경기. 7회까지 4-0으로 무난히 KIA가 앞서고 있다가 8회초 롯데에 대거 7점을 내줘 역전을 허용했다. 곧바로 8회말에 반격에 성공, 3점을 따라가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12회초 롯데가 2점을 내며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듯 했으나 롯데 투수 이왕기의 난조로 12회말 곧바로 두 점을 허용 후 1사 만루의 계속되는 위기에서 이종범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왕기가 뿌린 공은 곧장 이종범의 머리로 직행, ‘딱’하는 소리와 함께 경기가 끝났다. 이 경기는 양 팀 불펜진의 집단 방화, 실책 남발, 그리고 비극적인 끝내기로 기승전결이 확실한 한 편의 ‘막장 드라마’가 되었다.

▲ 타자만 몰랐던 끝내기 헛스윙, 2010년 4월 23일
11회말 2사 만루.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에서 허준은 볼카운트 1-0에서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해 2스트라이크가 되자 자책하듯 고개를 숙인 채 들지 못했다. 그러기를 5초, 갑자기 동료들이 덕아웃에서 기뻐하며 뛰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자신은 몰랐지만 끝내기 폭투가 나온 것.
2010년 4월 23일 넥센은 KIA와의 홈경기에서 연장 11회말 상대 투수 이동현의 끝내기 폭투로 4-3의 승리를 거두었다. 이날의 백미는 바로 끝내기가 나온 후에도 몰라 어리둥절해 하던 ‘끝내지 못한 남자’ 허준의 표정이었다. 폭투가 나오면 타자가 주자들에게 신호를 보내 진루를 돕기 마련이지만 허준은 기쁨을 즐길 새도 없이 끝내기의 순간을 구장에서 혼자 놓치고 말았다.
▲ ‘수비왕 최디슨’ 알을 품다, 2010년 9월 17일
KIA와 삼성의 경기는 중반까지 투수전이었다. 양 팀 선발 배영수와 로페즈는 각각 5이닝 무실점, 6이닝 1실점으로 제몫을 다 했다. 당시 철벽을 자랑하던 삼성의 불펜을 감안하면 많은 점수가 나기 힘든 경기였지만 한 번 불붙은 KIA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삼성 역시 맞불을 놓으며 화끈한 타격전을 벌였다.
8-8로 맞선 9회말, KIA의 홍재호가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골랐고 다음 타자 김상현이 타석에 들어섰다. 김상현이 친 공은 좌익수 최형우 쪽으로 둥실 날아갔고, 필사적으로 공을 따라가다 펜스 앞에서 주저앉은 최형우는 일어날 줄을 몰랐다. 공을 쫒아가던 최형우는 공을 잡지는 못 한 채 넘어져 공을 몸으로 품고 있었고 그 사이 1루 주자 홍재호가 유유히 홈을 밟아 경기가 끝이 났다. 최형우가 넘어져 공을 온몸으로 품고 있던 모습이 마치 에디슨이 알을 품었던 것과 닮았다 해서 ‘최디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 끝내기 근육통, 끝내기 삼중살, 끝내기 오심
2010년 9월 14일 두산과 KIA의 광주 경기, 2-3으로 뒤지고 있던 9회초 2사 1,2루의 기회에서 민병헌이 우익수 앞 안타를 쳤다. 2사였기에 2루 주자 유재웅이 여유 있게 득점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3루를 도는 순간 근육통이 온 유재웅은 터벅터벅 걸어서 홈으로 들어가며 포수에게 태그아웃, 경기가 끝났다.
끝내기 삼중살도 있었다. 지난달 8일 SK와 KIA의 문학 경기에서 SK가 1-2로 뒤진 11회말 무사 1,3루의 기회를 잡았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조동화가 친 공은 유동훈의 글러브로 곧장 빨려 들어갔고, 스타트를 끊었던 주자들을 모두 잡아내 끝내기 삼중살이 완성됐다.
8일 잠실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끝내기가 나오기도 했다. 한화가 LG에 5-6으로 뒤진 9회초. 2사 3루에서 3루 주자 정원석이 홈스틸을 감행했다. 당황한 임찬규는 보크를 범했지만 심판 4명 모두 보지 못했고 정원석이 홈에서 아웃되며 경기가 끝났다. 경기가 끝나고 심판진은 오심을 인정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고, 결국 끝내기 오심을 저지른 심판진들은 9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로 마무리됐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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