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이 가장 자주하는 말이 "뻥~뻥"이다. 타자들이 뻥뻥 쳐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날이 슬슬 더워지자 삼성 타자들이 뻥뻥 날리기 시작했다. 5월까지 팀 타율 2할4푼4리(7위)로 경기당 평균 4.4득점이었던 삼성 타선은 6월 팀 타율 3할2푼6리(2위)로 경기당 평균 6.5득점(2위)을 퍼붓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선언한 '화끈한 공격야구'도 본격 개봉되기 시작했다.
▲ 공격야구의 핵심 박한이
류 감독은 사령탑 부임과 함께 박한이를 핵심 선수로 지목했다. 박한이를 2번 타순에 전진배치, 화끈한 공격야구를 펼치겠다는 것이 류 감독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박한이가 부진하면서 전체적으로 팀 타선이 살아나지 못했다. 박한이는 5월까지 타율 2할1푼9리에 홈런없이 7타점에 그쳤다. 외국인 타자 라이언 가코의 부진과 1루수 채태인의 부상 이탈로 장타를 쳐줄 선수도 4번타자 최형우밖에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류 감독은 "우린 투수들이 야구를 한다"고 할 정도로 터지지 않는 팀 타선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박한이가 살아나자 공격야구도 살아났다. 박한이는 6월 11겨기에서 타율 4할1푼5리 2홈런 6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고, 나머지 타자들도 함께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특히 신인 리드오프 배영섭이 박한이와 강력한 테이블세터를 형성함으로써 중심타선으로 연결되는 기회가 많아졌다. 3번타자 박석민도 6월에는 타율 3할4푼9리 2홈런 8타점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고, 4번타자 최형우는 꾸준하게 제 몫을 하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김상수(0.285)와 진갑용(0.279)의 타율도 몰라보게 올랐다. 하위타순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 5회 이전 번트보다 강공
류 감독은 "하위타선이 아닌 이상 1번타자가 출루해도 웬만해서는 5회 이전까지는 번트를 안 댄다"고 말했다. 박한이는 지난 11일 목동 넥센전을 떠올리며 "두 번이나 노아웃에 (배)영섭이가 2루타 치고 나갔는데 원래 같으면 번트를 대야 한다. 1회는 강공으로 갔다. 3회에는 '이번에는 번트겠지' 싶었는데 또 강공이더라"고 말했다. 이날 배영섭은 1·3회 2번이나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로 출루했고, 류 감독은 박한이에게 두 번 모두 강공을 지시했다. 1회에는 박한이가 투수 앞 땅볼로 배영섭을 3루까지 진루시켰으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을 못했지만 3회에는 볼넷으로 출루하며 주자를 모은 뒤 3득점으로 연결했다.

류 감독은 "번트를 많이 대려면 (김)상수를 2번에 넣었을 것이다. 공격야구를 위해 (박)한이에게 2번 자리를 맡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한이는 "주자를 진루시키는 것보다 루상에 모아서 한 번에 득점하는 것이 우리팀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올해 삼성은 희생번트가 34개로 롯데(17개)-두산(26개) 다음으로 적다. 지난해 삼성은 희생번트가 111개로 SK(147개) 다음 많은 팀이었다. 지난 6년간 선동렬 감독 체제에서 삼성이 팀 희생번트 순위에서 4위 밖으로 벗어난 적은 2006년(6위)뿐이다. 지난 몇 년과 비교하면 올해 삼성의 타자 라인업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새 전력으로 가세한 가코는 성실한 만큼 부진해서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됐다.
▲ 경기 초반 희생번트의 암
올해 삼성은 5회까지 희생번트가 17개로 전체 비율의 절반이 된다. 지난해 삼성은 108개 희생번트 중 5회까지 댄 것이 61개로 전체 비율의 56.5%였다. 경기초반 희생번트가 많은 편이었는데 1회 9개, 2회 15개, 3회 12개를 댔다. 하지만, 올해 삼성은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1회 희생번트가 없는 팀이다. 보통 2번 타순에서 희생번트가 많이 나오는데 삼성은 그 2번타자에 박한이를 넣었기 때문에 경기 초반 웬만해서는 번트댈 일이 없다. 경기 초반에는 어떻게든 타자들에게 맡기는 야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덕인지 삼성은 1회 득점이 42점으로 롯데(48점) 다음으로 많다.
올해 8개 구단 전체 희생번트 성공 후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은 49.3%. 절반에서 아주 조금 모자라는 수준이다. 희생번트를 댄다고 해서 득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것이다. 물론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에서 희생번트는 천금과 같다. 그러나 경기초반 희생번트가 성공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 1회 희생번트가 없는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7개팀들의 1회 희생번트는 40개였고 그 중 득점으로 이어진 건 20차례였다. 1회 희생번트를 댄 경기에서 7개 구단들의 성적은 16승25패1무. 승률이 3할9푼이었다. 득점으로 이어진 20경기에서는 11승9패를 거뒀지만, 득점이 되지 않은 22경기에서는 5승16패1무에 그쳤다. 위험부담이 큰 것이다.
물론 희생번트는 어떤 선수들로 타선이 구성돼 있고 상대 투수가 누구이며 어떤 상황이느냐가 중요하다. 절대란 없다. 류중일 감독은 "그런 부분이 참 어렵다. 결국 모든 건 결과가 말해주니까"라며 감독의 고뇌를 드러냈다. 어쨌든 류 감독은 경기 초반 희생번트와는 담을 쌓고 있고, 따가운 햇볕에 땀이 흐리기 시작한 타자들도 조금씩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6월 이후 삼성은 롯데 다음으로 많은 1회(10점) 득점과 1~5회(40점) 득점을 올리고 있다. 6월 이후 삼성의 성적은 7승4패로 KIA(9승2패)에 이어 2위. 함께 폭발한 롯데가 불펜 문제로 5승6패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마운드가 탄탄한 삼성이 타선까지 터지면 무서울 게 없다. 선두권 싸움에서 삼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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