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지영은 올해로 데뷔 8년차인 싱어송라이터다. 정규 앨범만 다섯 장을 발매했고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활동하는 내내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그이지만 이지영이란 이름은 대중에게 꽤 낯설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 이름을 가진 인기 가수가 있었느냐”고 반문할 이도 많을 듯하다.
그럼 ‘빅마마 멤버’라고 부연 설명을 한다면 어떨까. 노래 정말 잘하는 네 명의 여성 싱어들로 데뷔하자마자 가요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던 그룹 빅마마. 그 중 한 명인, 팬들 사이에서 ‘명품 저음’으로 통하는 이지영이 첫 솔로 정규앨범 ‘썸딩 뉴(Something New)’로 우리 곁에 돌아온다.

2년여의 준비 작업...휴식 같은 음악 완성했다
어느 화창한 날의 오후, 지하철 6호선 상수역 근처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개의 싱글 앨범을 발표했던 이지영은 기존 솔로 곡들과 신곡을 한 데 묶어 22일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앨범 준비 기간만 해도 무려 2년이 걸렸던 만큼 이번 앨범은 솔로 이지영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취사선택하고 과감히 덜어내려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2년은 팀에서 나와 솔로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예전에는 막연하게 ‘뭘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앨범을 준비하고 녹음 해보니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담을 수 없더라고요. 가장 자연스럽게, 편하게 나올 수 있는 음악을 하려고 했어요. 정서적이고 순화된 가사와 기교를 가감한 멜로디에 치중해서 좀 더 담백한 느낌일 거예요.”
이번 앨범 총 수록곡 중 네 곡은 이지영이 직접 곡을 만들고 가사를 붙인 것들로 꾸려졌다. 또 앨범 재킷 사진과 속지에 담긴 그림 역시 그의 손길이 닿은 작품. 데뷔 이래 처음으로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배우 정준과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순위를 매겨서 우위가 가려지는 가수보다 색깔 있는 가수가 되고 싶은 게 제 솔직한 심정이에요. 가요계가 워낙 빨리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곳이긴 하지만 천천히 묵묵하게 가고 싶어요. 빅마마가 립싱크 가수들의 홍수 시기에서 라이브 가수로 나와 주목 받았다면 지금은 그런 분위기는 아녜요. 댄스 가수들도 실력이 출중하더군요. 중요한 건 자기만의 색깔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 듯해요.”
이지영을 설명하는 키워드, ‘자유로운 예술인’
그는 노래 외에도 잘하는 게 어마어마할 정도로 많다. 곡을 만들고 서정적인 가사를 쓰는 재주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조예가 깊다. 이런 덕분에 온라인 사이트 싸이월드에 그림 관련 글을 기고 중이다. 또 방송 내레이션에도 재능을 보여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목소리를 들려준 경험이 있다.
“싸이월드에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써요. 목요일이 원고 마감일인데 이상하게 마감 날만 글이 써져요.(웃음) 편안하게 그림을 이야기 하는 거라 되게 좋아요. 내레이션 경험은 전문 성우가 아니라 발음 많이 꼬이긴 했지만 느낌이 좋았죠. 목소리만으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어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이지영은 터키를 여행하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담은 에세이집 ‘콜링(Calling)’을 발간했을 정도로 훌쩍 떠나는 것을 좋아하는 여행 마니아다. 이에 관해 묻자 그 어느 때보다 눈빛이 반짝였고 말은 무척이나 빨라졌다.
“많은 곳을 가본 건 아니지만 여행 정말 좋아해요. 일본은 가까워서 여러 번 가봤고 빅마마 멤버들과 공연이 끝나고 유럽에 다녀온 적도 있어요. 2004년경에는 이집트에 갔었는데 거긴 여자 혼자 갈 데가 못 되더라고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솔로 여성들이 진짜 많이 왔었어요.(웃음) 이집트 사막에서 하룻밤을 잔 적이 있는데 절대 고요란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이 경험을 토대로 곡도 썼어요.”
아픈 기억...‘빅마마 해체 발언’에 속 타는 마음
지난 2003년 빅마마는 말 그대로 가요계에 혜성 같이 등장했다. 립싱크 가수가 대부분이었던 당시 아름다운 하모니와 완벽한 라이브로 차별화를 꾀하며 가요계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SBS ‘가요대전’ 신인상, MBC ‘10대 가수 가요제’ 10대 가수, ‘제18회 골든디스크 시상식’ 여자 신인상 및 뮤직비디오 작품상, ‘제14회 서울가요대상’ 그룹부문 신인상 등을 휩쓸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두 번의 소속사 이전과 오랜 공백기를 겪은 이후 멤버들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지난 6월 초 소속사를 옮긴 신연아, 박민혜 측으로부터 ‘빅마마 해체’란 표현이 나왔고 이에 태일런스 미디어 측에서는 법적 분쟁을 시사했다.
“그런 과정들이 사실 2~3년 정도 된 거라서 충격적이라거나 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들이 표면으로 드러나 씁쓸하고 서운한 건 있죠. 약간의 상실감도 있고요. (인터뷰가 나가기 전까지) 미련이 있었고 여지를 남겨두고 기다렸는데 (마음이) 산산조각 난 듯해요. 그래도 나름 노력은 했으니까 털어버려야죠. 그래도 감사한 게 다시 한 번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참 다행이죠.”
공교롭게도 이지영의 첫 솔로 정규 앨범 발표 시기와 신연아-박민혜로 이뤄진 빅마마소울의 앨범 발매 시기 역시 비슷한 상황. 22일 ‘썸딩 뉴’를 공개하는 이지영과 이보다 앞선 15일 첫 싱글 앨범을 내놓는 빅마마소울은 필연적으로 활동이 겹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빅마마소울의 신연아는 오는 25일과 26일 양일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바람이 스치는 날에’라는 제목으로 콘서트 또한 열 예정이다. 이 같은 활동이 이지영으로서는 무척 신경 쓰일 터. 그의 생각은 어떨까.
“상의 한 마디 없이 그렇게 결정해서 씁쓸하기도 했지만 최근의 기사들을 보면서 마음의 정리를 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 굳이 변호하거나 상대를 비난하거나 하고 싶지 않아요. 빅마마 때는 팀 끼리만 뭉쳐 다녀서 패쇄적인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울타리를 나와서 다양한 뮤지션들과 교류하고 있어요.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고 싶어요.”
마음 비우니 앨범 완성도도 높아져
모든 일이 ‘마음먹기의 차이’라는 이지영. 이번 정규앨범을 작업하면서 느낀 것도 이 명제가 옳다는 거였다. 여러 복잡한 상황들을 배제하고 곡 작업을 도와줬던 여러 스태프와의 교감에 더 집중하자 자신을 제대로 표현한 앨범이 나왔다.
“‘허세가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을 좋아해요. 나이가 한두 살 먹어가면서 가능한 것보다 불가능한 일들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하고 싶은 걸 하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어요. 꿈을 위해서 한발 가고 있다면 남의 평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지 않겠어요?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한편 이지영은 오는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홍대 상상마당에서 첫 단독 콘서트 ‘보헤미안 랩소디’를 개최한다. 정규 앨범 곡들을 중심으로 기존 빅마마 시절의 개인 솔로 곡들과 함께 평소 좋아하던 노래들을 부를 예정이다.
rosecut@osen.co.kr
<사진> 소속사 태일런스 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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