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넬리 보직? 4번타자야. 4번 쳤잖아".
한화 한대화 감독이 호탕하게 웃었다. 외국인 투수 오넬리 페레즈(29) 때문이었다. 오넬리는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1-17로 크게 뒤진 9회 선두타자로 나왔다. 지명타자가 빠지면서 투수 오넬리가 4번 타석에 들어섰다. 오넬리는 롯데 투수 진명호의 몸쪽 공을 받아쳐 우측으로 깊숙한 뜬공을 날렸다. 이날 한화는 2-17로 대패했지만 오넬리의 진귀한 장면에 적막했던 덕아웃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한대화 감독은 그때를 떠올리며 "느닷없이 치더라"며 "몸쪽 공에 완전히 막혔다. 조금만 더 가운데로 몰렸으면 넘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두 수석코치가 타격 전 오넬리를 불러 치지 말고 그냥 서있으라는 주문을 했다. 하지만 오넬리는 초구에 냅다 방망이를 휘둘렀고, 생각보다 큰 타구를 날렸다. 한 감독은 "아마 상대 투수도 놀랐을 것이다. 막혔는데도 거기까지 날아갔으니"라며 오넬리의 파워에 감탄했다.

놀랍게도 오넬리는 야수 출신이다. 지난 200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할 때만 해도 내야수였고 2003년부터 투수로 전향했다.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는 지금의 오넬리를 보면 절대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이다. 오넬리 본인도 "루키 시절에는 유격수로 뛰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타구에 대해 "나도 놀랐다. 그 정도로 날아갈 줄은 몰랐다. 손이 많이 울렸다"며 웃어보였다. 그런 오넬리를 향해 팀 동료들도 "이참에 투수가 아닌 타자로 전향하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다. 신경현은 "너 빨리 타자로 전향해라. 투수하다가는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했지만 오넬리는 "나는 투수다"라며 거절했다고.
강석천 타격코치는 "방망이를 쳐도 된다"며 "워낙 힘이 좋다. 원래 야수 출신인 걸로 안다"고 꽤 진지하게 평가했다. 한대화 감독은 오넬리 보직에 대한 질문을 받자 "4번타자야. 4번 쳤잖아"라며 농담을 던진 뒤 "다음부터 오넬리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것이다. 변화구도 던지고 유인구도 던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 (큰 점수차로 지고 있어) 열받아 죽겠는데 마지막에 그렇게 치더라. 작살났지만 덕분에 분위기는 괜찮았다"고 웃어보였다. '오넬리 효과'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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